...법에 보면 인권도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되어 있거든요. 사람을 죽인 개새끼를 처벌하는 것은 공공복리에 해당하죠. 사람을 죽인 개새끼를 처벌하기 위해 영장을 받아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법 규정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요새는 꼭 개새끼들이 인권 찾고 지랄들이라니까...
- 죽림누필의 잠복근무'의 [두 형사 이야기] 중에서


80년대 한국의 추리소설은 거의 예외없이 경찰물이었다. 사립탐정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환경 속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7, 80년대의 경찰은 시민의 지팡이가 아니라 부패한 공권력의 수호자라는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했다. 요컨대 대부분의 독자들이 호감보다 반감을 가지기에 딱 좋았다. 게다가 경찰의 모습이나 수사 방식을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묘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국 추리소설이 90년대 초반을 정점으로 해서 몰락하게 된 것은, 소재가 경찰 하나만으로 국한되었다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그 제한된 소재조차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적으로 자유로워진 경찰이 독립된 수사권과 과학 수사를 무기로 삼아 참다운 시민의 지팡이로 거듭나서 나날이 지능화되는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여야 할 터인데, 그러한 경찰의 활약상을 널리 알리고 바르게 홍보하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재미까지 안겨줄 수 있는 추리소설이 없다는 사실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젠 안타깝지 않다. 왜냐하면 '죽림누필' 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옴니버스 경찰물, [두 형사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가기 : 죽림누필의 잠복근무

이 소설에서 아름다운 문장을 기대해선 곤란하다. 아름답긴커녕 투박하다고 해야 옳으리라. 구성도 썩 대단치 않다. 주인공 형사들이 사건을 만나고 증거를 모아 범인을 심문해서 자백을 받아내고, 범죄 동기와 실행 과정을 되새겨보는 단순한 구성이 되풀이된다.

그러나, 실제 경찰 간부인 죽림누필님의 경험이 진솔하게 녹아들었기 때문일까. 이 소설은 엄청난 사실감과 대단한 설득력으로 보는이를 단숨에 휘어잡는다. 투박하고 걸진 대화체 문장은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하고, 거칠게 움직이는 인물들은 마치 눈에 보이는 것만 같다. 세세한 부분까지 그려낸 수사 과정의 묘사엔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오고, 교활하진 않지만 흉악한 범죄 장면에는 인위적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추리물에선 맛볼 수 없는 현실감이 묻어난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그 중에서도 경찰물을 사랑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당장 죽림누필의 잠복근무 블로그로 달려가서 [두 형사 이야기]를 읽어보시기 바란다. 현재 11편까지 올라왔다. 안 읽으면 후회할 거다.

죽림누필님께 : 이렇게 멋진 소설을 블로그에 거리낌없이 공개하고 있는 죽림누필님께는 그저 감사, 또 감사드릴 뿐입니다. 만일 단행본이 나온다면 꼭 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충성!

decca님께 : 침체된 조선의 추리소설계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멋진 소설입니다. 책으로 엮어 내면 어떨까요?
2005/11/08 22:29 2005/11/08 2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