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보드 사용기

소프트웨어 | 2009/09/18 22:43 | djhan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 DJ.HAN이라고 합니다.

저는 모 IT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사람이자, 키보드매니아( http://www.kbdmania.net )의 운영자인 동시에, 추리소설가이기도 합니다. 요컨대 IT에 무지하지도 않고, 비논리적인 주장으로 지면을 낭비하는 짓거리는 하지도 않는 인간이란 사실을 먼저 밝혀두는 바입니다.

아마 제로보드 4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셨거나 운영하는 분이라면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제로보드 4는 작년부터 심각한 보안 결함에 유출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로보드 4로 운영되던 키보드매니아는 하루가 멀다하고 중국, 터키, 러시아, 남미 해커들에게 두들겨 맞는 신세가 됐죠.

그래서 대안을 찾던 중, 제로보드 XE란 게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제가 처음으로 그걸 테스트한 건 1.1대였습니다. 그땐 이미 XpressionEngine으로 이름을 바꿨을 때였죠. 첫 느낌은 예상 이상으로 훌륭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서화된 매뉴얼이란 게 사실상 초보자 가이드 수준이라는 게 약점일 뿐, 기존 제로보드 4에서 아쉬웠던 점들은 거의 다 해결되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저와 다른 운영진들은 제로보드 4에서 XE로의 이주를 단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회원들이 수 년간 쌓아온 포인트와 레벨 정보가 단숨에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무시했습니다. 그까짓 거, 중요한 게 아냐!
회원 정보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는 회원도 있었습니다. 머리숙여 용서를 빌 뿐이었습니다. 재가입해 주세요!
반발도 있고, 트러블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쨌건 해킹당하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

그리고 지금, 저는 맹렬하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PHPBB로 가버리는 건데!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걸 모두 모아 짧게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이걸 만든 놈들은 커뮤니티 운영을 장난이라고 생각하나?"

일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회원 관리 쪽을 들어가 보면 포인트를 게시판마다 설정할 수 있고, 회원 그룹을 만들 수 있고, 일정 포인트를 쌓은 회원은 특정 그룹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포인트가 100점이 되는 순간 "스페셜 회원"이란 그룹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겁니다. 이거, 괜찮은 기능인데? 처음엔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그래서 "스페셜 회원"들만 장터난을 쓸 수 있도록 하려고 했습니다만…… 문제는 이거였습니다. 이 '규칙'을 만들기 전에 이미 100점을 넘긴 회원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요. 개무시당하는 거죠, 젠장.
더 웃기는 건, 회원 포인트 목록이 회원 관리 메뉴와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특정 포인트에 해당되는 회원들을 검색하고, 그룹을 일괄 변경하는 기능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죠. 이럴 바엔 그냥 레벨 별로 회원 관리를 하는 편이 낫잖아? 그래, 레벨 2가 되면 장터난을 쓸 수 있도록 설정해야지. 어라, 근데 뭔가 이상한데? 게시판 권한은 그룹별로만 지정할 수 있잖아? 이거 뭐 어쩌라는 거지?

새롭고 혁신적인 기능도 좋지만, 실제로 쓸모가 없다면 기술의 과시일 뿐입니다. 옛 선인들께선 그런 걸 빛좋은 개살구라 하셨죠.

하지만 이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합니다.

1.1에서 1.2로 업그레이드됐을 때, 저는 그대로 쓱싹 업그레이드를 해 버렸습니다. 업그레이드란 결코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고작 0.1대의 업그레이드에서 스킨 구조가 바뀌고, DB 구조가 바뀔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탑페이지가 백지로 날아가고, 게시판 전체가 이상해지는 바람에 1주일 이상 가열차게 삽질을 해야만 했습니다. 오오, 고마우셔라, 운영자가 일 없이 놀고 있을까봐 일거리를 던져주시는 XE 개발자 분들의 배려에 저는 치솟는 감동(이라고 쓰고 분노라고 읽는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XE 개발자 분들의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1.2.2에서 새로이 선보인 XpressEditor는 닳고 닳은 저같은 사람조차도 욕이 한무더기 쏟아지게 만드는 희대의 걸물이었습니다. 이건 뭐, 기똥차더군요. 며칠 써 보다가 포기하고 기존 에디터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다들 잘 아시다시피 1.2.2는 그 빌어먹을 에디터를 제외하고서라도 수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결함품이었습니다.

진짜 짜증나는 건 이겁니다. 업데이트로 문제가 해결되긴커녕 훨씬 많은 문제가 생긴다는 거. 그리고 뭔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거 같은데, 그게 정말 하나같이 쓸데없는 것들이란 사실이죠.

이를테면 XE에는 카페란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XE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서 별도 도메인을 필요로 하는 카페 기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흠, 글쎄, 생각해 보니 물주인 NHN은 확실히 필요로 하겠죠.

그러면 도대체 저 XE 텍스타일이란 건 뭐야? 저런 거 만들 시간 있으면 XE 커뮤니티 버그나 잡아줘야 하는 거 아냐? 흠, 글쎄, 하지만 생각해보니 물주인 NHN은 이런 것도 필요로 하겠군요.

그럼 최근에 추가된 플래닛이란 건 또 뭐지? 호기심에 한 번 붙여보긴 했지만, 회원분들의 호응은 월드컵이 한창일 때 K리그에 보이는 관심만큼이나 차가운 것이었습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마이크로 블로그를 하려면 트위터나 미투데이를 쓰고 말지, 뭐하러 XE에서 합니까? 정말이지, 이따위 거 만들 시간 있으면 버그나 잡아줘야 하는 거 아냐? 뭐라고요? 이것도 물주 뜻일지도 모르겠다고요?

위키? 그건 너무 한심해서 말할 가치도 없죠. XE 위키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이, 딱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병맛"

예, 진짜 병맛입니다. 이런 물건에 위키란 타이틀을 붙인다는 건 위키에 대한 모독입니다. 차라리 '키위'라고 부르는 게 낫겠죠. 아, 이건 키위에 대한 모독이려나?

이런저런 기능의 추가로 XE는 이미 거대백화점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겉보기일 뿐이죠. 그 속내는 외환위기 당시의 대우그룹만큼이나 형편없습니다.
1.1에서 1.2.5까지 올라왔건만, IE에서 프로필 이미지 업로드가 안되는 버그는 여전하고, 쪽지야 오거나 말거나 줄기차게 씹어대는 쪽지 기능 역시 달라진 게 없죠. 게시판이나 최신글 스킨 구조를 뒤집어 엎는 만행은 한두 번 저지른 게 아니죠.
왜 이렇게 됐는지, 나름대로 이해는 갑니다. 개발자들이 관심을 받고 주목을 받으려면 뭔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야죠. 기존에 있던 기능의 버그를 잡는 건, 윗사람들 눈엔 보이지도 않으니까요. 그리고 좀 더 깔쌈하게 보이려고 스킨 구조를 뜯어고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래요, 다 압니다, 알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잖아!

설령 문제가 있다 할지라도 사용자 지원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별 문제 없겠죠. 그러나 현재 XE의 유일한 사용자 지원 센터라 할 수 있는 XE 사이트는 잦은 업데이트와 개편으로 뭐가 어디 처박혀 있는지 찾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XE만큼이나 화려하게 꾸며 놨지만, 실속은 없는 사이트죠.
예를 들어 보죠. XE 사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게시판은 어디일까요? 전 질답(지식인)과 팁 공유 게시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XE 사이트의 Community 탭을 클릭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가장 많은 비중이 할애된 건…… 플래닛입니다. 아, 이런 맙소사.
질답난의 응답율은 제로보드 4때하고는 비교가 안 됩니다. 올린 질문에 대한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죠. 이렇게 사용자 참여가 미미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XE가 제로보드 4만큼 단순하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죠.
그렇다고 해서 FAQ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매뉴얼은 여전히 부실하고요. 그나마 XE 사이트 어디에도 매뉴얼 링크가 노출되어 있지 않습니다. XE 다운로드 페이지에만 매뉴얼 링크가 있죠. 매뉴얼은 다운받을 때 한 번만 읽으면 된다 이건가요? 하긴 뭐, 별로 읽을만한 내용도 없으니 상관없긴 하네요, 흥.

저는 도대체 XE가 뭘 노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거 찔러보고, 저거 찔러보고, 요 기능 넣어보고, 저 기능 넣어보고, 방향도 없이 일관성도 없이 갈팡질팡하는 꼴이 정말 마음에 안 듭니다. 포탈 사이트를 꿈꾸는 건지, 텍스트큐브같은 블로그 툴이 되려는 건지, 뭐가 되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제대로 된 물건이 되려고 발버둥치는 것 같진 않더군요. 그저 순수한 삽질로 여겨질 따름이지요.

아, 물론 여태까지의 제 얘기에 대해서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공짜로 쓰는 주제에 너무 심하게 말하는 거 아냐?"

맞습니다. 하지만 공짜로 쓴다고 입닥치고 살아야 한다는 법도 없죠. 오픈소스라고는 해도 XE는 순수한 열정의 산물이 아닙니다. NHN이란 거대 자본이 개입한 결과물이죠. 투우장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투우사한테도 야유를 보낼 수 있는데, 하물며 XE는 오죽하겠습니까. 욕 더 먹어도 쌉니다.

아무튼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6개월 가까이 XE를 써 본 결과, 심대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젠장, 이거 계속 쓰다간 좃 되겠는데?
하지만 어쩝니까, 올해는 참아야죠. 이걸로 갈아타자고 한 게 저였으니까요. 내가 미쳤지!
내년에도 XE가 계속 이따위로 굴러간다면 공동 운영자를 설득해서 다른 보드로 갈아탈 겁니다. 능력이 안 되면 제 돈을 들여 외주를 줘서라도 말이죠. 최악의 경우에는 포탈 카페로 옮기는 것도 고려해야죠(물론 네이버 카페는 고려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XE로 커뮤니티를 운영하시려는 분들께는 이렇게 충고하고 싶군요.

"딴 거 알아보세요."

예, 괜히 저처럼 뻘짓하며 고생하지 마시고요, 젠장맞을!

2009/09/18 22:43 2009/09/18 22:43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LAGUNS 2009/09/21 13:24

    난 이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어서 XE 볼모......블로그까지 이전했다가....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

  2. OpenID Logo 이나무 2009/09/21 16:20

    ㅎㅎㅎ 조낸 미안해, 형~
    하반기 목표가 안정화(내실 다지기)니까, 나아질꺼야~
    실력 있는 개발자도 한 명 (그것 때문에) 붙었고!

    아무튼 어쩌겠어. 코 꿰었으니, 기둘려야지~ ㅎㅎㅎ
    섭섭찮게 잘~ 해줄께!!

    스토리 기다리는 1인.

  3. 마근엄 2009/09/23 23:15

    기존에 제로4로 운영중이던 (거의 개점 휴업상태지만)
    커뮤니티를 XE로 갈아타 말아 고민중이었는데 충고 감사합니다.
    당분간 관망....

  4. 이런 2009/12/05 14:18

    그럼 나와 있는것 중에 한번 만들고 나면 갈아 엎는 공사가 필요 없을정도로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는건 없나요....;
    PHPBB 게시판은 이상하게 내용이 눈에 잘 안들어 오고 쓸만한게 없네요.
    나온지 좀 돼서 안정화가 많이 됐겠지 싶어 XE를 기반으로 사이트를 만들어 볼까 하고 있었는데...

  5. 지나가다 2011/09/01 00:19

    feature 보다 중요한게 stability와 reliability, 그리고 maturity죠. 수업료 치고는 비싼 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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