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

영상비평 | 2007/07/01 22:20 | djhan
어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고 왔다.
보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영화는 5% 정도 부족할 거란 사실을.
하지만 영화가 시작한 지 3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나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영화는 5% 부족한 영화가 아니었다.

50% 정도 부족한 영화였다!


나는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금도 가끔 가다가다 옛날 [트랜스포머]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틀어보곤 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놈의 빌어먹을 영화는 1) 20년 전의 극장판 애니메이션보다 스케일도 작고 2) 20년 전의 극장판 애니메이션보다 스토리는 더 허술하고 3) 20년 전의 극장판 애니메이션보다 재미도 없을 수가 있냔 말이다.

아, 물론 재미있는 부분이 있기는 있었다. 살아남은 미군 특수부대원 숫자보다 훨씬 적은 숫자들의 로봇이 자신들을 "오토봇 군단"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부분에선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그 숫자로 군단은 무슨 빌어 처먹을 군단.

그리고 거대한 로봇들이 주인공의 집에 올망졸망 모여앉아 만담을 펼치는 장면은 가히 이 영화의 백미라 할만 했다. 솔직히 정말 웃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봇들의 변신 장면은 예고편에서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별로 놀랍지도 않았고, 그 로봇들이 서로 뒤엉켜서 레슬링을 하는 장면은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수천 년의 잠에서 깨어난 메가트론이 "나는 메가트론이다!"라고 외치며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에선 신음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그런 식으로 자기소갤 하는 악당은 얘들 만화에서도 멸종된 지 오래라고, 이 친구야.

이 영화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딱 한마디로 족하다.
얘들 영화.

요컨대 [트랜스포머]가 [용가리]보다 나은 점이라곤 거의 없다.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적으로는 용가리보다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상적인 캐릭터가 없다는 점에선 다를 바 없다. 액션? 도심지 블록 하나 막아놓고 로봇들이 시시껄렁한 레슬링을 벌이는 부분에선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저럴 바엔 차라리 [용가리]가 훨씬 장쾌하겠다.

그러나 얘들은 좋아할 것이다. 그렇다. 사실 얘들 보는 영화가 좀 유치하면 어떠랴. 스토리가 개판이면 어떠랴. 철컥철컥 소리내며 변신하는 거대 로봇이 나와 박터지는 악-숀을 펼치는데, 그 나머지야 아무려면 어떠랴!

하지만 난 얘가 아니었다. 그것 뿐이었다. 귀가 전철 안에서 [트랜스포머]의 내용 거의 대부분은 내 머릿속에서 증발해 버렸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컴퓨터를 켜고 오랫동안 미뤄 뒀던 [뜨거운 녀석들]을 보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이게 [트랜스포머]보다 2조 5천억배 이상 재밌잖아? 이렇게 멋진 영화가 왜 벌써 막을 내린 거지? 얘들 세상이라 그런가?

총점: 5점 만점 기준으로 1점. 왜 1점 씩이나 줬냐고? 그건 내가 옵티머스 프라임의 팬이기 때문이다!
2007/07/01 22:20 2007/07/01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