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T 에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OS는 역시 윈도우 7이다. 블로그를 조금만 돌아다니다 보면 윈도우 7베타 버전을 깔았다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애플 빠돌이들만큼이나 열정적이고 배타적인) MS빠돌이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윈도우 7이 세상을 제패할 것이라고.
글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럼 뭐지? MacOS가 윈도우 점유율을 잠식할 가능성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지려면 애플이 1) 세상에 존재하는 오만 가지 하드웨어 드라이버를 개발해서 MacOS에 낑겨넣고 2) MacOS 라이센스를 델이나 HP, 삼성 등에 판매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1)번은 차치하고서라도 애플이 2)번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 적어도 향후 2, 3년 안에는 없을 것이다.
윈도우 7의 가장 큰 경쟁자는 누가 뭐래도 윈도우 XP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현재 시점'에서의 이야기다.
멀지 않은 장래, 윈도우 7의 존재를, 그보다 윈도우 OS 자체의 존재를 위협할 가장 큰 적은, 누가 뭐래도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CPU의 클럭 경쟁은 완연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멀티코어 CPU 경쟁에 잠시 불이 붙는가 했더니 그마저도 금새 꺼져버렸다. GPU에 목을 매다는 사람들은 한달간 라면만 먹고 살더라도 1080p에서 8X 안티알리아싱된 화면을 보고야 말겠다는 하드코어 게이머뿐이다. 전세계를 덮친 불황에 허리띠를 질끈 졸라맨 사람들은 사양이 좀 낮더라도 전력 소비가 적고 가격도 싸고 공간도 적게 차지하는 실용적인 제품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게 바로 넷북이고, 넷탑이다.
넷북 사양은 사실 별로 좋지 않다. 한시대 전의 팬티엄 4보다 체감속도가 느린 아톰 1.6Ghz에, 왠만한 하드 디스크보다 버벅대는 싸구려 16GB SSD와, 공기 순환용 구멍이 숭숭 뚫린 투박한 플라스틱 케이스까지, 그야말로 온몸으로 '나는 싸구려요'라고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만하다. 정말이다. 이 정도만 되도 들고다니면서 웹서핑을 하고 일정을 관리하고 회의록을 쓰거나 메모를 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게다가 작고 가볍고 지르기에도 부담 없는 가격이니 이를 어찌 마다하랴.
문제는 바로 그놈의 가격이다.
넷북업체가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는 바람에 업체들은 피말리는 원가절감을 강요당하고 있다. 단돈 1달러라도 아껴야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윈도우의 라이센스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보통은 40에서 50달러선, 델 정도 되는 구매력을 갖춘 업체가 되어야 2, 30달러선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아톰 CPU와 칩셋을 합친 가격이 대강 40달러선이란 사실을 고려해 보면, 윈도우 가격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단 사실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넷북에 번들 OS로 윈도우 대신 리눅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하지만 리눅스는 - 우분투가 됐건 레드햇이 됐건 뭐가 됐건 - 결코 주류가 아니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우분투나 레드햇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물어 보면, 백이면 백, 머리를 갸우뚱할 것이다. 아니면 새로 나온 의류 브랜드냐고 반문할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리눅스 소프트웨어는 일반인이 쓸 수 있을만한 수준의 것이 아니다. 개발자들이 개발자 자신을 위해 만든 티가 물씬 나는 것들이 절대 다수다. 솔직히 일반인이 쓸 수 있는 수준의 어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드로이드가 나타난 거다.
안드로이드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공짜라는 거.
그렇다. 안드로이드를 쓰면 단번에 30달러 이상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안드로이드를 지금 당장 넷북 OS로 쓰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번째, 화면해상도 지원 문제다.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는 (비공식적으로) 480x320 이상의 해상도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제한은 곧 풀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미 여러 달 전에 1024x600 해상도의 넷북에서 오픈소스 안드로이드 OS를 구동시켰다는 뉴스가 뜨기도 했다.
두번째, 개발비다. 세상에 공짜만큼 무서운 것도 없는 법. 타사와의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선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라던가 '우리만이 줄 수 있는 독창적인 서비스'같은 걸 번들로 넣어줘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까지도 공짜로 만들 수는 없는 법, 결국 비용이 든다.
물론 윈도우 XP나 비스타를 쓴다고 해도 똑 같은 문제가 생긴다. PowerDVD라던가,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이라던가, 결국 다 마찬가지로 돈 주고 사서 넣는 거다.
세번째, 소프트웨어다. 지금 당장 나와 있는 어플리케이션 숫자만 비교해 보면 윈도우의 철저한 압승이다. 안드로이드용 소프트웨어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XP와의 비교다. 비스타 이후는 좀 다르다. 닷넷 환경에서 개발된 비스타 전용 프로그램은 별로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니까. 그건 1) 윈도우 XP 지원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고, 2) 닷넷 개발환경으로의 이전 및 학습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의 자바 개발 환경은 1) 공짜고 2) 비교적 많은 개발자들이 익숙한 개발환경이란 장점이 있다. 어쨌건 여건만 갖춰지면 - 안드로이드 어플로 돈벌이가 된다는 소문이 짜 하게 퍼지면 - 개발자들이 어플을 만들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있거나 없거나 제조업체들은 안드로이드로 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넷북이란 게 뭔가. 결국은 들고 다니면서 웹질이나 하고, 가끔 가다 웹 오피스만 쓸 수 있는 정도면 되는 거 아닌가. 그 정도라면 안드로이드 OS로도 떡을 치고 남는다.
잠깐만, 근데 그런 건 리눅스로도 잘 되잖아? 굳이 안드로이드로 가는 이유가 뭐지?
그 답은 비교적 단순하다. 구글의 브랜드 네임 때문이다. 파는 사람 입장에선 우분투나 레드햇보다는 구글 브랜드를 붙이는 편이 더 폼 나지 않겠는가. 게다가 구글은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아니 지속가능한 개발여력을 갖춘 업체이기도 하다. 갑자기 개발을 중단하겠답시며 퍼지는 일 따윈 여간해선 없을 거란 계산도 포함되어 있다.
만일 넷북 업체들의 안드로이드 OS 탑재가 실제로 이뤄진다 해도 MS에게 당장 큰 타격이 되진 않는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안드로이드보다는 윈도우를 번들로 탑재하는 PC 업체가 여전히 훨씬 더 많을 테니까. 어쩌면 당장 손해를 보는 건 인텔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하는 경우, 아톰 대신 ARM CPU를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북, 넷탑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안드로이드 OS가 널리 보급되고, 개발자들이 속속 안드로이드 어플을 내놓고, 사용자들이 안드로이드에 익숙해지고, 결국 안드로이드가 일반 PC용으로까지 나온다면? 글쎄, 그땐 정말 재밌어질 거다.
어쨌건 사람들은 우분투나 레드햇은 몰라도 구글은 알 테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