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가임을 자처하는 사람들 혹은 SF 평론가라고 행세하는 사람들과 술을 먹노라면, '우리는 대체 언제쯤이나 휴고 상 같은 SF 상을 만들 수 있겠냐'는 한탄 아닌 한탄이 나오기 마련이다. 본격적인 문학상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넉넉한 후원금을 대 주는 단체도 없으니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간 SF의 역적으로 몰릴 판이다.
그러나 과학소설은 혁신적인 발상을 중시하는 장르 문학이다. 그 공모전을 생각함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발상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50년대에 독자투표로 수상작을 결정한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던 휴고 상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SF 공모전을 제안했다. 이름하여 [배틀 로또 SF 공모전].
먼저,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작품과 함께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의 '참가비'를 지불한다. 그리고 독자 투표가 실시되기 직전에, 1,2,3등을 동시에 알아맞춰야 하는 3승식 로또 복권 '공모전 로또'를 발행하여 일반인에게 장당 1000원의 가격으로 판매한다. 참가비와 로또 수익금은 공신력있는 심사위원회에 기탁되어 '상금'으로 쓰인다.
최종 심사에선 독자 투표가 50%, 명망있는 심사위원의 판단이 50%를 차지한다. 1등부터 3등까지가 결정되면 공모전 로또 당첨자들에게 일정액을 나눠주고, 나머지 상금을 50%, 30%, 20%의 비율로 1, 2, 3등에게 분배한다. 당선자가 없어서 돈이 남은 경우에는 다음 해의 공모전 상금에 더한다.
스스로 귀한 돈을 들인만큼 작가는 맹렬한 도전심에 불타올라 보다 좋은 작품을 쓸 것이 틀림없다. 독자들은 자신이 찍은 작품이 당선되길 간절히 바라며 흥미진진하게 심사 과정을 바라볼 것이 분명하다.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후원사도 없을 테니 어찌 아니 좋을소냐.
언젠가 술자리에서 이 웅대한 계획을 밝혔더니, 모두들 '저 자식이 귀한 술 처먹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라는 눈빛으로 나를 째려봤다. 나이먹은 영감탱이들이 주최하는 공모전에선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긴장감과 스릴로 가득한 엄청난 공모전이 되리란 사실은 완전히 무시당하고 말았다.
아, 물론 나도 이것만은 인정한다. 돈놓고 돈먹기 식의 공모전에 참가하려는 얼빠진 작가 지망생이 얼마나 되겠냐는 사실 말이다... 글쎄, 하지만 로또 복권이 팔리는 꼴을 보아하니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은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