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에 고모부 댁을 찾아갔다. 세배를 드리고 대화를 나누던 중에 어쩌다 보니 박정희 시대로까지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갔다. 고모부 : "박정희는 말이지, 미국 CIA가 김재규한테 암살을 사주한 거야!" 나 : "뭐,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런 식의 음모론은 워낙 증거가 없어서요." 고모부 : "무슨 소리야! 결정적인 증거가 있는데!" 뭐라고? CIA 사주설의 결정적 증거가 있다고? 나는 귀가 솔깃해졌다. 그래서 침을 꿀꺽 삼키고, 이렇게 물었다. 나 : "대체 그 증거가 뭔가요?" 고모부 :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인 다음에 재판정에서 이렇게 말했지? [나는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라고." 나 : "예, 뭐, 그랬었죠." 고모부 :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 -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말이냐? 왜 유신의 심장을 야수의 심정으로 쏴야 하는 거냐? 말이 안 되잖아?" 나 : "그건 그렇긴 한데...... 그게 뭐 어때서요?" 고모부 : "사실은 CIA가 완벽하게 시나리오까지 짜 줬거든. 암살한 다음에 이러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라고. 그런데 CIA가 써 준 대사는 이런 거였을 거야. [I was shoot heart of yu-sin with brutus' mind]. 즉 (시저를 암살한) 브루투스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고 말했어야 하는 거지. 이러면 말 되잖아? 그런데 이 멍청한 김재규 일당들이 Brutus' MindBrutish Mind로 잘못 보고 '야수의 심정'으로 번역한 거라고!" 나 : "...... (혼잣말) 어라, 그거 말 되네....." 이리하여, 우리 고모부는 CIA 사주설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신 분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잠깐동안이지만 CIA 사주설의 신봉자가 되었다!

2009/01/28 14:13 2009/01/28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