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가 공개 석상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국의 일류 과학자가 40년 전에 발표된 헬싱키 선언조차 몰랐다는 사실은 국제적인 비웃음거리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겠지만, 그 이상 불이익을 받을 것은 없다. 약간 문제는 있었다손 치더라도 연구 과정이나 결과에 거짓이 없었으니 논문이 취소될 가능성은 전혀 없고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정부 투자금이 회수될 리도 만무하고 황우석 박사가 공식 직함에서 물러날지언정 연구를 숫제 포기할 리는 없다. 윤리 문제는 이제 다 끝난 거다. 앞으로 잘 지키면 그만이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신문과 잡지, 방송에선 연일 황우석 박사가 코너에 몰렸다며 징징대며 우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 역시 단호한 태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니, 못박힌 듯이 자리에 앉아 손가락이 부서져라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다. 헬싱키 선언을 비롯한 국제적으로 약속된 윤리 규정을 '서구의 잣대'라며 폄하하질 않나, 양키 기독교도의 음모라고 고함치질 않나, MBC PD 수첩을 역적이라고 하질 않나, 여하간 시끄럽기 짝이 없다.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생명공학이나 유전공학이나 관해서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갑자기 배아 복제 전문가인 척 하면서 일본 731 부대원에게나 어울림직한 극우파적 논리를 설파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우연찮게 모 포탈 사이트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댓글을 발견했다.

"윤리고 뭐고 개나발같은 거 집어치우고, 황우석 박사님께서 미래 산업을 건설해서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면 우리가 세금 내는 게 줄어들 거 아닙니까?"

그렇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황박사의 연구가 떼돈을 벌 것 같으니 나라에서 투자하면 국민들에게도 떡고물이 좀 떨어지지 않겠냐는 순진한 생각에서 두 팔 걷어부치고 황우석 박사를 편드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마디뿐. '지랄 발광하네'

삼성전자가 세계 제일의 기업이 되어 돈을 갈퀴로 긁어모을지라도 그 혜택을 보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삼성전자 임직원뿐이다. 아니, 실제로 수천억에 달하는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것은 한 줌도 되지 않는 임원과 투자자 뿐이다. 이를테면 진대제 장관 같은 사람 말이다.

진정통 스톡옵션 대박 "고맙다 삼성전자 주"(05년 11월 20일)

이 사람들이 돈을 벌어서 대한민국에 뿌릴 테니 결국에는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이득이 돌아가지 않겠냐는 주장은 공허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수십 수백억을 벌어들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돈을 바리바리 챙겨들어 물 좋고 공기 좋고 전쟁 걱정 없는 미국이나 캐나다, 뉴질랜드나 호주로 떠나가기 마련이다. 본인 자신은 국내에 엉덩이를 깔고 앉을지라도 그 자식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외국물을 마시러 비행기 타고 날아간다. 진대제 장관의 아들딸이 그렇듯이.

진대제 장관 아들 미국국적 취득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가 갖는 의미는, 각종 치료제 개발의 밑거름이 되는 배아 줄기세포를 대량 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있다. 복제 기술을 기계화시키고 자동화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제고, 복제된 줄기세포로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요원한 문제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기까진 멀고도 험한 길이 남아 있다.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에선 지난 한 해에만 265억이란 돈을 황우석 박사의 연구팀에 지원했다. 그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어디긴 어디야, 바로 당신들이 낸 세금에서 나온 거지.
헌데 과학기술부에선 이 돈을 공식적인 선정 과정도 없이 묻지마 투자식으로 쏟아부었다. 정부의 IT기업 벤쳐 창업 자금을 타내려면 까다로운 자격 심사를 거쳐야 하고, 돈을 타낸 이후에는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하지만 언론이 키우고 대중이 사랑하는 '스타' 과학자는 최소한의 검증 절차마저 비껴 나갔다. 정식 외교 협상을 통해 결정되고 정부의 승인을 거친 대북사업마저 '대북 퍼주기'라는 난처한 비난에 시달리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 이 자금이 집행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울대 교수들끼리 나눠먹고 있을지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사실 서울대 교수들의 도덕성에 관해선 이미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검찰, 서울공대 연구비 비리 전면수사(05년 7월 7일)

이래서 윤리 도덕이 필요한 거다.... 아니 잠깐, 예전에 불상사가 있다 하여 지금도 같은 일이 반복되리라 단정지을 수야 없는 노릇이다.
좋다, 근거 없는 의심은 집어치우자. 하지만 한 가지 틀림없는 것은 황 박사의 연구에서 '미래 산업'의 가능성을 찾으려면 앞으로도 10년, 20년 이상 끈기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 돈은 죄다 세금에서 나올 거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지옥으로 떨어진다 해도 이 세상의 존립에는 하등 영향을 미치지 않는 멍청하고 덜 떨어진 패거리들은 황 박사의 연구가 머잖아 찬란한 결실을 거둘 것이라 믿고,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의 부국이 되어 자신들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갈 세금이 왕창 줄어들 날이 머지 않았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
실제로는 귀한 세금을 거둬 마련된 국가 예산에서 이미 수백억이란 돈이 제대로 된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빠져나가 황우석 박사에게 전달되었으며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건네질 예정이지만, 그로써 창출된 혜택을 돌려받기란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기보다 힘들 것이란 사실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감히 국익을 내세우는 만용을 부리는 한 무더기의 저능아들과 정신 박약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단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지랄 발광하네'

수백억을 번 똑똑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난 이유는 이렇게 덜 떨어진 인간들을 매일같이 보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진력이 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말 짜증난다. 나는 황우석 박사를 존경하고 그 연구가 좋은 결실을 거두길 바라지만, 무임 승차를 바라는 바보 멍텅구리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진 않다.
MBC PD 수첩에게 비난을 퍼붓는 비논리적인 행동은 차마 할 수 없다. 자신들이 할 일을 성실하게 수행한 진정한 언론에겐 비난 대신 찬사가 어울리기 때문이다. 내가 낸 세금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투자되는 것은 두 손을 들어 환영하는 바이지만, 거쳐야 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집행되어 법과 도덕과 윤리를 무시하며 쓰여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물론 이 문제는 조만간 말끔히 해결되리라 믿는다).
더불어 황우석 박사의 연구로 모든 인류에게 공평한 혜택이 돌아가기를 소망한다. 한 줌도 되지 않는 욕심꾸러기들의 이득이 되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조차 이렇게 지적하지 않았던가?

"과학자들은 또한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공업 기술적인 여러 방법으로 말미암아 경제력과 정치권력이 소수 사람들에 집중되었으며, 이들이 대중의 생활을 지배하게 됨으로써 대중들은 더욱더 특징 없는 존재로 나타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중략)...만일 과학자가 오늘날 자기 앞에 놓인 상황과 임무를 성실하고 비판적인 눈으로 생각할 시간과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그리고 거기에 알맞게 행동할 수 있다면 현재의 위험한 국제 정세를 만족스럽게 해결할 서광이 비칠 것이다." : [과학자의 윤리적 책임] 중에서 발췌

황우석 박사도 아인슈타인처럼 넓고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구는 자신들을 위해 돌며 황우석 박사의 연구는 자신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 한 무더기의 저능아들, 정신 박약아, 게으름뱅이들은 제발 정신 좀 차리기 바란다. 지구는 너희들을 위해 도는 게 아니라 자연 법칙에 따라 도는 거다, 이 머저리 밥통들아!

추가 : 과학자에겐 조국이 있다. 그러나 과학의 궁극적인 존재 목적은 전인류의 복지에 있다.
2005/11/25 17:46 2005/11/25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