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 D-War

영상비평 | 2007/08/22 20:41 | djhan
하나.

아주 오래전에 정크 SF에 [심형래여, 용가리가 되라!]는 컬럼을 쓴 적이 있다(현재 하드플래닛으로 이전). 당시 나는 심형래 감독에게 사람들이 뭐라고 짖어대건 개무시하고 만들고 싶은 걸 만들라고 권했다. 그 글을 심 감독이 봤을지 어땠을지는 미지수지만.

둘.

만드는 사람이야 개고생을 했건 뭘 했건, 재미가 없으면 그걸로 the end, das ende, 굿바이 사요나라 짜이젠이다. 누구 말마따나 목숨 걸고 싸우는 투우사한테도 야유를 보낼 수 있다. 영화나 소설, 만화야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셋.

[디 워]는 일전에 얘기했던 [트랜스포머]와 비슷한 영화다. 즉 얘들 영화다. 
스토리? 용가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편없다. 편집? 용가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엉망이다. 연출? 거의 대체로 남기남 감독님 수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L.A.를 완파하는 이무기 군단의 장렬한 전투 씬에는 [트랜스포머]를 광속으로 초극하는 장쾌함이 있다. CG로 처리된 이무기 [부라퀴]의 액션은 예고편에서 기대했던 그대로 감동 그 자체였다.
초장부터 터무니없이 유치한 생구라를 풀어대지만, 그 구라의 스케일이 일반적인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바람에 도리어 그럴싸해 보이기마저 한다. 어차피 이런 류의 영화에선 구라를 크게 치면 칠수록 좋다. [맨 인 블랙] 수준의 소소한 구라로 스스로의 스케일을 축소해 버린 [트랜스포머] 영화판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결론.

영화가 끝난 뒤에 심 감독이 자신이 얼마나 생고생을 했는지 설명하는 코멘터리가 나왔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지만, 나로서는 비웃음만 나올 따름이었다. 젠장, 당신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 게 뭐야? 그런 건 궁금하지도 않아! 코멘터리 만들 시간이 있으면 총채를 갖다 붙인 티가 풀풀 나는 보천대사 수염부터 그 빌어먹을 CG를 처발라서 해결을 했어야지!

그래도 얘들 영화로서는 수준급이었다. 졸립기 그지없는 [킹콩]이나, 감독이 뭔가 착각하고 만든 [트랜스포머]보다는 한 수 위였다. 돈을 어디다 처발랐는지 알 수 없는 다른 한국 대작 영화들에 비해 돈 들인 티가 풀풀 나는 영상들도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로저 코만이 말했듯이, 돈을 들였으면 들인 티가 나야 하는 법이니까.
 
어쨌건 심 감독의 차기작이 과연 어떤 작품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비록 SF와 SFX를 착각하고 있긴 하지만, 이 대한민국에 그만큼 SFX를 제대로 처발를 수 있는 감독은 달리 없기 때문이다!

총점: 5점 만점 기준으로 2점 반. 나한테서 이렇게 높은 점수를 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07/08/22 20:41 2007/08/22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