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단 결과물

소프트웨어 2006/02/01 13:04 djhan
"Java로 만들면 우라지게 느린데다가 윈도우즈나 맥에 맞춰서 UI를 만들기도 어렵잖아요? 대체 그걸로 만든 이유가 뭐예요?"
"거기선 Java가 신앙이었어. 다른 걸론 죽어도 개발 못하지."
- ThinkFree Office 개발에 참여했던 모씨의 증언


맥유저라면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아래아한글과의 호환성을 보장한다는 사실 하나를 내세워 무시무시하리만치 엄청난 기대를 몰고 왔던 ThinkFree Office를. 그러나 막상 써보니 지독하게 느린 속도와 형편없는 UI와 덜 떨어진 기능 때문에 다들 이를 갈며 분노하고 끝내는 하드에서 지워버린 ThinkFree Office를.

ThinkFree Office는 멀티 플랫폼 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을 지향하는 동시에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원대한 희망을 이루기 위해, Java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다들 잘 알다시피 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Java는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는 개발 환경이긴 하지만, 리눅스/윈도우즈/맥의 자바 버츄얼 머신의 특성과 UI가 조금씩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각각의 플랫폼에 맞춰 조금씩 손을 볼 필요가 있다.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코드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실행 속도는 대단히 느린 편이다.
더군다나 제품 개발 도중에 MS가 Sun과의 분쟁 때문에 Java 버추얼 머신을 Windows에서 제거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등, 악재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inkFree는 결코 Java를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여러 가지로 취합해 보건대 ThinkFree가 Java 개발 환경을 고집한 이유는 딱 한 마디로 축약된다. Java는 그들에게 있어서 빛이요 소금이요 희망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시대를 선도하는 개발 툴이었으며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이었고, 종교적인 믿음이었다. Java로 하면 안 되는 게 없다, Java로 하면 최고다, 그러니 Java를 써서 개발하는 우리에게 투자할지어다!

어떤 소프트웨어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능(혹은 그 이상)을 갖출 것, 두번째는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갖출 것, 세번째는 속도가 빠를 것.
하지만 ThinkFree Office의 개발진은 멋들어진 신기술에 도취된 나머지,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그 결과물은 대단히 참혹한 것이었다.
기능? 메모장 수준이었다. 인터페이스? 메모장보다 못했다. 속도? 메모장이 훨씬 빨랐다. 결론? 그런 걸 누가 쓰겠냐. 게임 오버.

ThinkFree 개발사는 해외에서 투자받은 몇천만 달러를 야금야금 까먹으며 거대 기업에서 중소 기업으로 마지막에는 개인 사무실 수준으로까지 몰락해 버렸고, 종국에는 한글과 컴퓨터에 헐값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애플을 비롯한 여러 회사에선 ThinkFree Office를 번들 소프트웨어 목록에서 삭제했다. 최근에 나온 ThinkFree Office 3.0 역시, Azureus를 제외한 그 나머지 Java 기반 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은 인간이 쓸 만한 물건이 못 된다는 편견을 다지는 데 있어서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

Web 2.0 시대니, Ajax가 어쩌느니, 다들 말이 많다. 하지만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을 빌려 말하자면 어떤 기술을 쓰건 결과물이 좋아야 하는 것이다. Web 2.0이고 뭐고 간에, CSS 1.0만 썼건 뭐고 간에, 구시대적인 테이블 태그로 도배를 했건 뭐고 간에, Safari와 Firefox와 IE에서 골고루 잘 보이면 그게 바로 좋은 사이트다.
겉멋에 들어 Ajax가 어쩌고저쩌고 뻔지르르한 말만 늘어 놓으면서 제대로 된 결과물 하나 내놓지 못한다면 그건 기술을 기술로 쓰는 게 아니라 마케팅 수단으로 쓰는 것이며, 망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2006/02/01 13:04 2006/02/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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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씽크프리의 과거와 현재

    Tracked from ThinkFree , .. 2006/02/01 15:11  삭제

    "기술보다 결과물"이란 말에 기본적으로 동의합니다.하지만 쓰신 글 자체에서

  2. Subject: Applet vs AJAX..

    Tracked from 혹유네~♡ 2006/03/11 03:15  삭제

    http://blog.naver.com/tb/jirubak/60022493356 내가 몸담고 있는 씽크프리에서 개발해 온

  3. Subject: 네이버 오피스에 관한 소고

    Tracked from DJ's Paradise 2007/09/20 19:55  삭제

    링크1: 네이버오피스 OS별 스크린샷링크2: 기술보단 결과물한마디 : 씽크프리가 삽질을 하나, 네이버가 삽질을 하나, 진실은 언제나 하나. 삽질은 삽질일 수밖에.넌센스다. 네이버는 좋건 싫건 인터넷 기업이다.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려면 웹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야 한다. 여태까지 네이버가 만들었던 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 중에서 제대로 성공한 게 뭐가 있을까? 네이버 툴바? 글쎄, 내 주변에서 본 적 없다. 네이버 메신저? 그게 뭐야? 네이버 폰?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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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은울림 2006/02/01 16: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바도 그저 개발 Tool 일 뿐 이죠.
    Tool 은 Tool 인지라 결과물을 제대로 만들어낼수 있는 놈이 최고죠.

    아직도 DBMS는 돌리면서 한구석에는 코볼 시스템이 돌아가는 가운데 c
    로 만든 놈, 자바로 만든 놈, VB, 델파이, 파워빌더로 만든 놈들이
    저 마다의 개발 목적에 맞춰서 제각각 돌아가면서도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
    많습니다. 언듯 난잡해보이지만 각 개발 Tool이 가진 장점을 제대로 활용해서
    개발한다면 특정 Tool에 목 메는건 좀 우스운거죠.

    근디 웹 2.0 은 아무리 봐도 말장난 같더군요.
    구구절절 늘어놓는건 이미 다 구현되서 돌아가는 상황인데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딱 한 마디로 이건 뭐다...라고 설명할 줄 아는 사람들이 없으니 말입니다.
    쩝...;;;

  2. 세리자와 2006/02/01 1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요. 살다보면 언젠가 한번은 알면서도 삽질을 해야하는 순간이 닥치기 마련이죠. 이 경우 범인들은 도피하거나 아니면 흐지부지 어영부영 말아먹는 일이 많은데, ThinkFree Office는 결과물이 나왔으니 만든 사람들 자체는 꽤 유능하다고 생각되는군요.

  3. DJHAN 2006/02/01 2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리자와님> 그걸 만든 사람들의 능력을 탓하진 않았습니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판사 검사가 된 사람들이 무능하기 때문에 삼성 경영진이 맨날 면죄부를 받는 것이 아니듯이, 엄청난 경쟁을 뚫고 고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무능해서 나라 꼴이 개판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니듯이, 유능한 사람들이 멋진 기술을 동원해서 만든 거라 해서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라는 거죠.

  4. yser 2006/02/02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은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이 되는군요. 맞습니다. 기술이나 개념이나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기술은 엔지니어에게 중요하고 개념은 경영진에게 중요하겠지만, 결국 대중에게 서비스되는 것은 겉 모양과 편리함입니다. 이 핵심을 잊어선 안될 것입니다.

  5. nomodem 2006/02/07 0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머 왠일이셔요. 이런 명 칼럼을 쓰실때도 있고.

    진작 이런 글 좀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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