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SF란 무엇인가?

 - SF 팬덤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질문


블로그를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매체로 것인가, 아니면 일개인의 잡기장으로 것인가, 여기에 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죄다 쓸데없는 논의다. 왜냐하면 이것은 'SF 무엇인가?'라는, SF 팬덤 사이에서 해묵은 질문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해답이 뭐냐고?


간단하다. SF SF 작가가 것이다.


마찬가지로, 블로거의 성향에 따라서 블로그의 성격도 달라진다. 만일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를 신문 잡지와 동일시한다면 블로그는 신문 잡지와 동격이 된다. 하지만 개인 일기장 정도로 간주한다면 개인 일기장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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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발렌타인 데이 까만 머리 까만 눈의 사람들의 목마다 걸려있는 넥타이 어느 틈에 우리를 둘러싼 우리에게서 오지 않은 것들......

 - [재즈 까페] 중에서


어느 틈엔가, 블로그 중에서 기자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심심찮게 찾아볼 있게 되었다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기자란 사실을 숨기지 않고, 아주 당당하게 사실을 공표하면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의 병폐를 고발하고부패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기자들이, 스스로의 이름을 내걸고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위해서 여러 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셋.


소니는 예전부터 이미지 전략이 뛰어났으며 일본 매스컴의 거대 광고주였기 때문에 이제까지 네거티브한 캠페인이 벌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 [소니 침몰] 중에서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삼성 LCD 패널을 공급받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숫자로 보여지는 스펙은 엄청났다. 해상도, 리프레쉬 레이트, 명암비, 모든 부문에서 최고 수치를 기록하는 패널이었다.


하지만 그 패널을 쓰는 도중에 한 가지 문제가 발견되었다.

너무 밝은 백라이트 때문에 색상에 엄청난 왜곡이 생긴 것이다. 어두운 색은 너무 어둡고, 밝은 색은 너무 밝았다. 제대로 보이는 건 중간 색깔뿐이었다.

여기 대해서 클레임을 걸었더니, 그게 무슨 얘기냐며 머리를 갸우뚱 기울이기만 했다. 그래서 다른 회사의 액정과 비교해서 보여 줬더니, 그제서야 뒷머리를 긁적이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뭐든 다 그렇지만 숫자 놀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신문이나 방송, 유력 웹진이 이런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아예 감추고 있다.

전자신문을 펼쳐보면 매일같이 삼성 LCD에 관한 칭찬 일색의 기사만 실린다. 노트북 웹진에 들어가 보면 삼성 노트북에 관한 호의적인 기사만 눈에 띈다. 벤치마크 사이트에선 삼성 HDD의 신뢰성이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얘기만 들린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다 광고 때문이다. 그거 누가 모를 줄 알고?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알 거다, 젠장.


애플 동호회에선 이런 얘기도 있다.


"왜 우리나라 신문이 틈만 나면 애플 제품을 씹는 줄 알아? 신문에 광고를 실어 주지 않아서 그래."


사실이 그렇다.

애플은 결코 약자가 아닌, 강자다. 기술의 강자다.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강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신문은 애플을 얕잡아 보고 헐뜯으며, 보고 배울 점이라곤 하나도 없다는 식으로 몰아붙인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보도해 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독자에게도, 그리고 기업에게도.


그러나 삼성은 다르다. 엄청나게 다르다.

기술력이 아닌, 광고의 규모가 말이다.



넷.


기자란 것은 직업일 뿐이지 벼슬이 아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기자'라는 말이 붙은 글에는 한 수 접고 들어간다. 거의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낸다. 기자가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잖아! 기자가 근거 없는 얘기를 할 리가 없잖아! 


사람들이 기자를 자칭하는 블로거, 또는 블로거를 자칭하는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열심히 방문하는 것도 그런 신뢰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애드클릭이나 애드클릭스 광고였다.


정의나 진실은 어디 있냐고?

낸들 알겠냐!


하!!!

하하하!!!



다섯.


며칠 전에 소위 파워 블로거로 일컬어지는, 모 기자분에게 트랙백을 걸어서 공개적으로 질문을 했다. 도대체 왜, 이번의 삼성 사건에 관해서 기자들이 침묵을 하고 있냐고.


바빠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댓글이 달렸다.


여러 가지로 복잡해지는 댓글 아닌가?


젠장!



여섯.


이 순간에도 기자(임을 자처하는 블로거, 또는 블로거임을 자처하는 기자)들은 침묵하고 있다. 마치 혀가 얼어붙기라도 한 듯이.


좋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장사 밑천이 걸린 문제를 그리 쉽게 떠들어 댈 수야 없는 노릇이다.


내가 원하는 건 딱 하나뿐이다.


인간이면 인간답게,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하란 말이다.


자신이 기자란 사실을 당당하게 공표하고 싶다면, 블로그도 마땅히 그런 식으로 운영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간을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급급한 치사한 인간이란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다면, 비굴하게 머리를 숙이고 사는데 조금의 거리낌도 없다면, 블로그에서 기자 딱지 떼어 내고 그냥 개인 일기장처럼 운영해라!


어느 쪽도 싫다면, 여태까지처럼 어정쩡하게 살겠다면, 별 수 없다. 말리진 않겠지만, 주저하지 않고 막말을 퍼부을 수밖에.


난 이런 인간이다.

2007/11/11 00:19 2007/11/11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