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스마트폰의 뒤를 이은 화두는 스마트 TV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건 구글이다. 크롬 OS를 기반으로 한 구글 TV 플랫폼을 앞세워 많은 제조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소니는 필사적이다. 삼성이나 LG에게 두들겨맞아서 만신창이가 된 TV 사업의 부활을 구글 스마트 TV에 걸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은 자사의 바다 OS를 내세워 스마트 TV 플랫폼을 구축하겠노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한때 노키아의 심비안이 그랬듯이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다른 데서 당해낼 도리가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 애플의 행보는 어떠한가.
애플은 이미 3년 전에 애플 TV라는 제품을 발표해 스마트 TV 사업에서도 앞서나갈 거란 관측이 유력했다. 더군다나 올해 초부터 신형 애플 TV가 나올 거란 소문이 떠도는 바람에 많은 TV 제조사들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 9월, 애플 이벤트의 막판에 발표된 신형 애플 TV는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제품이었다.
가격은 99달러로 떨어지고, 동영상을 구매하는 대신 99센트에 빌려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도입됐다. 이전 제품과는 달리 인텔 CPU 대신 ARM CPU를 채택하고, MacOS 대신 iOS를 탑재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혁신이나 진보? 그런 건 콧배기도 보이지 않았다. 어딜 어떻게 뜯어봐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케이블 TV 셋톱박스보다 나은 점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그런 물건이었다. 이런 건 애플이 아니라 하이얼도 만들 수 있겠네!
하다못해 자사 제품이라면 당장 혀로 쪽쪽 핥아먹을 것처럼 칭찬 일색으로 도배하는 잡스조차도 신형 애플 TV는 "취미(Hobby)"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는 듯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뭐야, 이거?
요컨대, 현재의 애플 TV는 대단히 비관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쓴 맛을 본 제조사들이 또다시 애플에게 당하지 않을 거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예약 판매 실적도 별 기대가 안 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툭 까놓고 말해 "넌 이미 망해있다!"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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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스마트 TV의 정의는 비교적 간결하다. 스마트폰처럼 똑똑한 TV, 그게 스마트 TV다. OS는 iOS가 될 수도 있고 바다 OS가 될 수도 있고 크롬 OS가 될 수도 있다. 핵심 부분만 따로 셋톱 박스로 팔 수도 있고, TV에 내장시킬 수도 있다. 웹브라우징도 할 수 있고 날씨도 확인할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거저거 다 되는 꿈의 TV다.

하지만 내가 문제시삼고 싶은 건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물리적인 형태다.

스마트 TV에 관한 대부분의 예상과 전망은, 그 모양새나 생김새가 기존 TV와 대동소이할 거란 전제 하에 이뤄지고 있다. 화면? 크면 클수록 좋겠지. 그래야 거실에 갖다놨을 때 뽀대나니까. 두께? 당연히 얇으면 얇을수록 아름답겠지. 리모콘? 멀리 떨어져서 조작해야 하니까 새끈하고 편리한 UI를 탑재한 리모콘은 필수겠지!
실제로 LG나 소니를 비롯한 제조사들이 각종 전시회에서 내놓은 스마트 TV의 프로토타입은 대화면 TV와 셋톱 박스, 무지막지한 키보드가 달린 리모콘이 결합된 형태로 이뤄져 있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그러나 조금 삐딱하게,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거실에 모셔놓는 대화면의 스마트 TV는 얼핏 생각하기엔 이상적인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TV를 보다가 지루해지면 웹브라우징을 할 수도 있고, VOD를 받아볼 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서 TV를 볼 때나 가능하다. '온가족'이 봐야 하는 거실 TV에서 느긋하게 웹브라우징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막장 드라마 방영 시간이 다가오면 마누라가 당장 리모콘을 뺏아들고 채널을 돌릴 테니까.
그렇다면 방마다 스마트 TV를 놔 두면 어떨까? 아니... 요즘은 방마다 컴퓨터가 있는데 그게 무슨 필요야? 차라리 컴퓨터에서 웹브라우징하면서 실시간 TV를 보는 게 낫지. 아예 이번 기회에 노트북으로 바꿀까? 침대에 누워서 갖고 놀게.

여기서 스마트 TV의 물리적인 진화 형태가 쉽게 떠오를 것이다. 그건 바로 타블렛이다.
온가족이 집적대는 40인치대 거실 TV는 아무리 스마트해진들 개인화될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한다. 그보다는 7인치나 9인치의 화면에서 언제 어디서든 TV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다른 사람에게 시청권을 빼앗기지 않고 혼자 즐길 수 있다는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역으로 혼자만 즐길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TV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웃고 떠들며 보는 게 중요하잖아? 안 그래?
그래서 애플에서 airplay 를 만든 거 아니겠냐. 필요할 땐 타블렛의 콘텐츠를 거실 TV에서도 볼 수 있도록.

아마 애플 TV 하드웨어 자체는 잡스의 말마따나 '취미'일 것이다. 진짜배기는 거기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서비스다. 만일 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아이패드와 결합하게 된다면, 그 순간 아이패드는 휴대성과 앱, 콘텐츠를 두루 갖춘 스마트 TV 플랫폼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또는 지하철에서, 또는 버스 안에서 맹렬하게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리라.

스마트 TV 플랫폼의 개념을 흡수한 타블렛,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스마트 TV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애플TV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패드와 사실상 동일한 하드웨어와 OS를 갖췄다는 것은, 애플 TV용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언제든지 아이패드용으로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음만 먹으면 몇 달은커녕 몇 주 걸리지도 않을 거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지금 당장 형편없다고 애플 TV를 비웃고만 있을 게 아니다. 철저하게 고민하고, 분석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나중에 크게 한 방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아이폰으로 당한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허나 어쩌랴, 우리나라 제조업체는 비웃느라 바쁜 것을. 천하에 둘도 없는 머저리들 같으니라고, 젠장!
2010/10/11 14:47 2010/10/11 14:47

하나.

 [천하무적 야구단]이라는 TV 프로가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천하무적 야구단'이란 야구팀을 결성해 사회인 야구팀과 경기를 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보여주는 예능 방송이다. 처음 방송 단계에서 천하무적 야구단의 야구 실력은 어설프다는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있었다. 사회인 야구팀과 붙었다 하면 터무니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엄청난 점수차로 깨지면서 큰 웃음을 주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프로가 대박 히트를 치게 되면서 천하무적 야구단엔 프로 감독과 코치가 합류하게 되었다. 체계적인 훈련이 시작되고, 연습량도 증대했다. 당연히 멤버들의 멤버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그리고 확 달라진 천하무적 야구단은 사회인 야구 리그에 뛰어들어 이름난 강자들을 차례로 발라버렸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주말에만 짬을 내서 야구를 즐기는 아마추어들이다. 방송 관계자와 연예인들이 작심하고 돈과 시간으로 처발라 덤벼드는데 당해낼 도리가 없다. 터무니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엄청난 점수차로 깨지면서 큰 웃음을 주는 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리는 게 고작이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TV에 얼굴이 나가게 됐으니 가족들한테 자랑거리가 생겼다고 기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사회인) 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라며 스스로를 달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다 쓸데없는 자기 만족이며 자기 위안이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오빠와 여동생이 떡을 치는 드라마도 만들어 내는 뻔뻔한 인간들이 사회인 야구의 발전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 단물 쪽쪽 빨아먹고, 적당한 때 내버릴 생각만 하고 있겠지!

TV 방송국은 사회인 야구 리그라는 시스템에 무임승차한 악당일 따름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동안 상대하는 사회인 야구팀에 출연료라곤 단 한 푼도 준 적이 없을 거다. 그들이 야구 발전을 위해 만들겠다는 '꿈의 구장'도 실상을 알고 보면... 새치기에, 숟가락 얹기나 다름없다.

->관련기사 : 매립지야구장 '꿈의구장'추진..주민 '부글부글'

둘.

이번에 [무한도전]에서 프로레슬링 특집을 한다기에 꽤 기대를 했는데, 왠 이름 모를 가수가 프로레슬링 지도를 하는 걸 보고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뭐, 3개월 어학연수 받은 사람이 영어 학원 강사로 나서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뒤늦게 한국 프로레슬링 챔피언 윤강철이 '벌칙맨'이란 이상야릇한 포지션으로 등장했다는데, 출연료 면에서나 대우 면에서나 거의 엑스트라급의 대접을 받은 모양이다.  

 -> 관련기사 : 무도 레슬링 논란 윤강철 선수 자술서 공개

만일, 무한도전 PD나 출연자들이 정말로 진지하게 프로레슬링을 할 생각이 있었다면 아마추어를 지도자로 영입하거나 하진 않았으리라. 최소한도 [천하무적 야구단]처럼 프로를 초빙해서 지도를 받는 정성을 보였으리라.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 말 뜻인즉슨, 프로레슬링을 완전히 물로 본 거다. 제대로 된 훈련 한 번 없이 대충 쇼 하듯이 해도 된다고 생각한 거다.

그렇게 프로레슬링이란 스포츠를 가수와 연예인들의 유흥거리로 전락시켜서 갖고 놀고, 장충체육관에서 거하게 쇼 한 판 하고.... 그런 다음엔 볼짱 다 봤으니 입 싹 씻고 내팽개치고, 다른 놀거리를 찾아 나설 것이다. 8, 90년대 WWE 프로레슬링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해 시청률을 끌어올리자는 목적은 훌륭히 달성했으니까.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그게 뭐 어떻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무한도전 덕분에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이 일어났으니 잘 된 일 아니냐? 그나마 없었다면 누가 프로레슬링에 눈길이나 던져 주겠냐?

소견머리 짧은 생각이다. 그건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무한도전에 대한 관심일 뿐이다. 관중들은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에게 열광할 뿐이다. 그들이 프로레슬링을 그만두는 순간, 대중들은 다시 그들을 쫓아 새로운 관심사로 눈을 돌릴 것이다. 그뿐이다.

그리고 방송국은 다시금 뭘 모르는 사람들을 싸구려로 - 또는 공짜로 - 이용해 먹고 자기들의 잇속을 채울 것이다. 시청률을 끌어올린 PD는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테고, 연예인들에겐 두둑한 출연료가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 방송국은 결코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자본주의 생태계의 정점에서 어슬렁거리는 괴물 중 하나일 따름이다.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건 철저하게 이용해 먹는 괴물. 그리고 거기 엮인 순진한 얼간이들이 TV에 얼굴 한 번 들이미는 댓가로 얻을 수 있는 건, 상처입은 자존심 정도밖에 없다. 귀중한 시간을 뭉텅이로 잃어버리는 건 제외하고서라도.

그나저나 [무한도전]에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 이번에 프로레슬링 하느라 몸만 축냈을 거 같은데, 이번엔 머리를 쓰는 걸 해 보는 게 어떻겠나? 그래, 기왕이면 [무한도전, 모바일 앱 개발에 도전하다!]라고 하면서, 고등학교 때 포트란이나 C를 배운 연예인한테서 안드로이드 개발 방법을 지도받아 안드로이드용 [무한도전] 앱을 만드는 거다(낄). IT 개발자들이라면 누구나 배꼽 잡고 떼굴떼굴 구를 수 있는 물건이 나올 거다. 장담한다!

뭐....? 그림이 안 나올 거 같아서 힘들겠다고? 도전 정신이라곤 쥐뿔만치도 없는 게으른 놈들 같으니라고!

2010/08/20 11:23 2010/08/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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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멜로드라마와 비슷하다.

멜로드라마에 필요한 건 기승전결이 있고 앞뒤가 꽉꽉 맞아 떨어지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눈물을 솟구치게 만들고 가슴을 쥐어짜게 만드는 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잘 만들어진 액션 영화에 필요한 건 기승전결이 있고 앞뒤가 꽉꽉 맞아 떨어지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고 심장이 고동치는 속도를 150% 상승시킬 수 있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숨쉴틈없이 이어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원빈 주연의 [아저씨]는 시나리오 자체는 별 볼 일 없다. [크리시] + [코만도] + [테이큰] = [아저씨] 라고 해도 될 정도로 대충 짜집기해서 만든 티가 영롱하다. 이게 스릴러 영화나 서스펜스 영화였다면 진작에 욕을 한바가지 먹고 동해 앞바다에 침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액션 영화다. 그까짓 줄거리야 짜집기를 했건 카피를 했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멋진 액션이 연출되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리고, [아저씨]는 훌륭한 액션 영화였다.

그동안 주로 찌질한 역만 맡았던 원빈이 과연 얼마나 액션을 잘 소화할지가 걱정이었는데, 예상외로 멋진 먼치킨 액션을 보여줘 감탄했다. 게다가 감독의 액션 연출도 대단했다. 단순히 꺾고 찌르고 베는 것을 떠나, 벤 데 또 베고 찌른 데 또 찌르는, 굉장히 리얼하고 굉장히 시크하면서도 굉장히 통쾌한 액션을 선보였다. 조연들도 엄청났다. 최고 악당 역을 맡은 김희원의 연기는 훌륭하기 그지 없었고, 외국인 킬러 역을 맡은 태국의 타나용은 카리스마 넘치는 포스로 무장하고 있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마지막 10분간을 장식하는 액션 신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한국 액션 영화의 고전으로 남기에 충분하다. 전체적인 평가는 5점 만점에 3점. 그러나 액션 영화로서의 가치만 놓고 보면 5점 만점에 4점도 아깝지 않다. 액션 영화 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마시길!

2010/08/15 01:19 2010/08/15 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