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ji에서 내놓은 맥용 도서관리 프로그램 Bookpedia는 5.0대로 버전이 올라가면서 맥 앱스토어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북피디아는 경쟁 앱인 딜리셔스 라이브러리에 비하면 디자인이 좀 떨어지지만 기능면에서는 훨씬 나은 점이 많다. 특히 검색 플러그인을 지원하기 때문에 도서검색 API를 공개한 다음, 알라딘 검색 플러그인이 일찌감치 등장하기도 했다. 나 역시 알라딘 검색 플러그인 개발에 잠시 손을 댄 이력도 있다.

그런데 5.0에서는 내부 플러그인 구조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기존 플러그인 동작에 문제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오랜만에 다시 소매를 걷어부치고 직접 플러그인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원래 알라딘 TTBkey는 일일 검색 제한이 있었고, 예전에 북피디아 플러그인을 개발했던 capri91님은 터미널 명령어로 각자 TTBkey를 등록하는 방법으로 이를 회피했다.
나는 capri91님 정도의 실력은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이를 해결할까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쉽게 풀렸다. 궁리하다 못해 믿져야 본전이란 셈으로 알라딘에 검색 회수 제한을 풀어줄 수 없겠느냐는 메일을 보냈는데, 다행히 알라딘에서 검색 제한을 풀어준 것이다.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격이랄까.

이런 난관을 뚫고 플러그인을 개발한 건 좋았는데, 여기엔 내가 미처 몰랐던 버그가 있었다.  발행일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는 버그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해당 버그를 수정한 버전을 애플포럼에 올렸는데, 애포 회원이 아닌 분들을 위해 블로그에도 다운로드 링크를 공개한다.

Bookpedia 5용 Aladin 도서검색 플러그인 -> 아래 zip 파일을 다운!
설치방법은 간단하다. 압축을 푼 파일을 ~(user)/Library/Application Support/Bookpedia/Plug-ins 폴더 안에 넣으면 된다. plug-ins 폴더가 없다면 만들어 넣으면 된다. 그리고 북피디아를 다시 실행시키고 환경설정에서 aladin 검색 플러그인이 제대로 활성화됐는지 확인한 다음, Command+F를 눌러 도서검색을 실행해 보기 바란다. 이제 한글 제목도, 한글 저자도, 국내 도서 ISBN도, 알라딘에서 척척 찾아낼 것이다.

단, 기능추가나 확장은 절대 요청하지 마시길. 내 능력으론 기본 기능을 구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PS : 링크를 변경합니다. 이제 다운로드 될 겁니다. :-)
2012/08/15 19:05 2012/08/15 19:05

10여년 전, 빌 게이츠가 야심차게 내놓은 타블렛 PC의 실패 요인은 대충 다음과 같다.

1) 스타일러스 펜은 키보드와 마우스에 비해 느리고 불편했고,

2) 스타일러스 펜의 (단점을 희석시키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OS도 없고 앱도 없었다. MS가 내놓은 윈도 타블렛 에디션은 기존의 윈도 OS에 필기인식 기능만 추가했을 뿐이었다. 써드파티 개발사들을 위한 지원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하다못해 타블렛 PC용 UI/GUI 가이드라인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3) 게다가 와콤 디지타이저 또는 감압식 필름 사용으로 인해 단가가 뛸 수밖에 없었고,

4) 펜 입력방식의 한계로 인해 제조사들이 어쩔 수 없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번들시키면서 단가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5) 오피스를 비롯한 기존 MS의 업무용 프로그램을 그대로 쓸 수 있긴 했지만, 펜 입력만으로 오피스를 쓴다는 건 그저 악몽 같은 경험일 따름이었다.


제품 기획을 할 때 신제품을 만들겠다며 이것저것 기능을 잡다하게 모아놓다가 결과적으로 아무런 특징도 없이 값만 비싼 어정쩡한 물건을 만드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당시 MS에서 추진했던 타블렛 PC 플랫폼은 딱 그런 종류의 제품이었다. 값만 비싼 어정쩡한 물건 - 결과적으로 타블렛 PC는 보험회사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틈새 시장에서나 약간의 판매량을 유지할 뿐이었다. 그리고 “5년 내로 대부분의 PC는 타블렛 PC가 될 것이다”라는 빌 게이츠의 호언장담은 철지난 개그 취급 당하면서 잊혀져 버렸다.


그렇다면 최근 MS가 발표한 서피스 타블렛은 어떨까?

1) ARM CPU 기반의 RT 버전은 멀티 터치 입력방식만 지원하지만, 인텔 CPU 기반의 프로 버전은 터치 입력과 스타일러스 펜 입력을 동시에 지원한다.

2) 서피스를 지원하기로 예정된 윈도 8부터는 아예 터치에 최적화된 메트로 UI가 윈도 8의 기본 UI로 탑재되었다. 타블렛 버전은 물론이고 데스크탑용 윈도 8에서도 메트로 UI를 써야 한다는 것이 문제지만.

3) 프로 버전은 와콤 디지타이저를 탑재했기 때문에 당연히 단가가 올라갈 것이다.

4) RT/프로 버전 모두 키보드가 내장된 커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게 번들이 될 지 옵션으로 판매될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5) RT/프로 버전 모두 오피스가 번들될 예정이다.


10여년 전에 비하면 좀 나아졌다곤 해도 총체적으로 따져보면 여전히 어정쩡하다. 특히 5)번의 오피스 번들이 그렇다.

여기서 잠시 아이패드의 경우를 돌이켜 보도록 하자. 초창기 언론에 흘러나온 아이패드의 사양과 가격은 노트북도 아니고 PDA도 아닌, 굉장히 어정쩡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발표할 때 소파에 앉아 웹브라우징을 하고 이북을 읽고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면서 아이패드를 "컨텐츠 소비형 기기"로 포지셔닝 시켰다. 그 결과, 아이패드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냈다. 그리고 다른 경쟁자들은 애플의 제품 포지셔닝 전략을 모방한 타블렛을 만들기 급급했다.


MS에서 타블렛이 콘텐츠 소비형 기기가 아닌 생산성 향상 제품이 될 거라고 여기고 과감하게 오피스를 넣기로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타블렛을 압도할 비장의 무기로 오피스 카드를 꺼낸 것인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오피스 번들은 서피스가 다른 타블렛들과 확연하게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특장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트북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글쎄,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은데.

서피스 프로는 단가 상승 요인이 추가된만큼 가격대 성능비에서 울트라북을 앞설 가능성이 없다. 그리고 생산성 측면에서 볼 때 디지타이저와 터치 조합은 여전히 키보드와 마우스 조합에 뒤질 것이다. 키보드 커버? 그걸 쓰느니 기계식 키보드를 사는 게 낫겠지.

서피스 RT는 더 심각하다. 현재의 윈도 앱은 모두 인텔 바이너리다. 초창기에 내세울만한 생산성 앱이라곤 오피스밖에 없을 테고, 메트로 UI를 지원하는 ARM 바이너리 앱이 활성화되려면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평균 이상의 지능지수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그냥 노트북을 구입하고 말리라.


아무리 뜯어봐도 MS 서피스의 제품 포지셔닝 전략은 모호하기 그지없다.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컨텐츠 소비형 기기로써의 타블렛 시장에 뛰어들려는 건지, 견고하게 형성된 노트북 시장을 대체하려는 건지, 이도저도 아닌 제 3의 길을 가려는 건지, 확실하게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시제품 발표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홍보 활동이 없는 걸 보면 MS 마케팅 팀에서조차 서피스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음, 아니, 어쩌면 서피스는 빌 게이츠의 타블렛 PC를 현대적으로 재포장해서 소생시키기 위한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격의 프로젝트일지도 모르겠다. CEO나 대주주의 개인적인 야망이나 욕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니까.

뭐?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중시하는 양키 회사에서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고? 천만의 말씀, 애플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거 왜 있잖냐, 스티브 잡스가 넥스트 큐브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만들어낸 파워맥 큐브라고……

2012/08/01 22:30 2012/08/01 22:30

요 며칠 사이에 MS는 서피스 발표회와 윈도폰 8 발표회를 연달아 가졌다. 여기서 보여준 MS의 모습은 업계 관계자들이 평소에 두려워하던 끝판왕이 아니라, 빨간 바가지가 잘 팔릴까 노란 바가지가 잘 팔릴까 고민하며 갈팡질팡하는 노점상 아저씨에 가까웠다.

서피스가 서로 호환이 안 되는 ARM과 인텔 플랫폼으로 나왔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키보드 달린 마그네슘 커버를 씌우는 순간 울트라북과 별 구분이 안 된다는 것은 물론, 가격과 발매일조차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사실에 이르기까지, 서피스 발표회는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모호함으로 얼룩져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치명적인 사실은 MS가 감히 OEM 하드웨어 벤더들의 나와바리를 찝적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에이서나 아수스 같은 파트너들조차 사전에 전혀 통보받은 바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을 정도다(http://techit.co.kr/5583 ).

하지만 이것조차도 윈도폰 발표회에서 보여준 난감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MS는 새로 나올 윈도폰 8 OS의 장점을 한껏 설명한 다음, 마지막으로 윈도폰 7 하드웨어는 윈도폰 8으로 업그레이드가 안 될 거라는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러면서 기존 윈도폰 7 사용자들을 위해 7.8 업그레이드를 내놓을 거라며 생색을 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얘기를 듣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윈도폰 7을 샀던 사람들은 다들 얼굴빛이 시뻘겋게 질려서 아우성을 쳐댔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해상도 지원 확대니, 멀티 코어 지원이니, 윈도 8과 같은 커널을 쓰고 개발 환경이 호환된다는 점이니, 졸라 빠른 IE 10 모바일이 탑재되었다느니 하는 장점들은 순식간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진짜 대박은 윈도폰 8이 가을에나 나올 거란 대목이었다. 다시 말해 노키아는 - 불쌍한 노키아는 가을이 올 때까지 윈도폰 8으로 업그레이드도 안 되는 찐따 윈도폰 7 스마트폰 재고를 잔뜩 떠안은 채 빌빌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MS는 과연 이 사실을 노키아에게 미리 귀띔이라도 해 줬을까? 글쎄, 서피스 발표회의 전례를 보면 절대 그랬을 거 같지 않은데.

 이 와중에 에이서 창업자 스탠 시는 서피스는 MS가 파트너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라며, 다른 제조사들의 윈도 8 타블렛이 늘어나면 MS가 발을 뺄 거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 관련기사 http://www.digitimes.com/news/a20120619PD224.html ). 노망난 노친네 같으니라고. 만일 서피스가 대박이 터진다면 MS는 후속 기종을 내놓을 것이다. 잘 팔리는 걸 왜 안 만든단 말인가? 반대로 서피스가 쪽박을 찬다면 그 어떤 제조사도 윈도 8 타블렛을 만들려 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MS는 혼자서라도 후속기종을 계속 내놔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윈도폰 7 스마트폰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는 사실상 노키아밖에 없는 상황에서, 윈도폰 7 8 업그레이드 불가 정책을 발표한다는 것은 노키아의 심장에 말뚝을 박는 짓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MS는 그 짓을 해치웠다. 아주 태연하게.

이걸 두고 이미 여러가지 추측과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다. MS가 본격적으로 하드웨어 사업에 뛰어들 거라는 둥, 결국엔 스마트폰도 직접 만들 거라는 둥, 노키아를 인수할 거라는 둥, 하여간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다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막상 MS의 입장은 굉장히 어정쩡하다. 서피스를 발표하면서 가격과 발매일은 언급하지 않은 걸 보면, 실제로 제품을 판매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가장 충실했던 파트너인 노키아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날리면서도 노키아를 포함한 윈도폰 파트너들을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걸 보면, 뻔뻔하다고 해야 할 지 아니면 미쳤다고 해야 할 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이해는 된다. 애플이나 구글이 졸라 잘나가는 꼴을 보면서 가만 있을 수는 없겠고, 자기들도 하드웨어 사업에 뛰어들어야겠다 생각해 일을 저질렀지만, 아직까지도 회사의 가장 큰 수익원이 윈도 OS와 오피스란 점에선 기존 파트너들 눈치를 아예 안 볼 수 없겠고, 나름대로 큰 그림을 그리며 윈도폰 OS을 업그레이드하다 보니 기존 제품 지원은 물건너 가버렸고,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발표를 미뤘다간 구글하고 애플 뉴스에 파묻힐 거라고 마케팅 부서가 지랄을 떨고...... 그런 식으로 꼬이고 꼬인 끝에 작금의 상황에 도달했으리라는 건 대강 짐작이 간다. 하지만 소비자나 파트너는 물론 투자자 중에서도 이런 상황을 반길 자는 아무도 없으리라.

삽질은 혼자서만 피곤한 거다. 하지만 뻘짓은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지금 MS가 하는 짓거리는 의심의 여지 없는 뻘짓이다. 과연 MS는 이런 뻘짓을 벌이고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뻘 속에 가라앉을까? 젠장, 놈들이 뻘짓을 하건 삽질을 하건 내가 알 게 뭐냐. 나한테 필요한 건 서피스도 아니고 윈도폰 스마트폰도 아니다. 빌어먹을 애플 로고가 붙은 레티나 맥북 프로란 말이다, 니미럴!

2012/06/21 11:52 2012/06/21 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