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팡토마

도서비평 | 2004/06/19 22:45 | djhan
"Fantomas."
"What did you say?"
"I said : Fantomas."
"And What does that mean?"
"Nothing... Everything!"
"But What is it?"
"No one... And yet, yes, it is someone!"
"And what does this someone do?"
"Spreads Terror!"
- 팡토마 첫번째 시리즈의 서두에서

"제기랄. 팡토마는 감쪽같이 도망쳐 버린 거야. 팡토마는 자유의 몸이 된 거야. 그 놈은 죄없는 한 인간을 자기 대신 기요틴으로 밀어 보낸 거야!"
- 쥬브 경감, [괴도 팡토마] 중에서


[팡토마]는 1911년부터 13년까지, 프랑스의 피에르 수베스트르와 마르셀 알랭이 공동 집필한 싸구려 펄프 픽션이다. 변장의 명수이자 대악당인 팡토마와 경찰청의 쥬브 경감이 엎치락 뒤치락 한다는 설정은 아르센느 뤼뺑 시리즈와 비슷해 뵈지만, 실은 전혀 다르다.
팡토마는 살인도 서슴치 않고, 감염된 쥐떼를 해변가에 풀어놓기도 하고,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을 단두대로 밀어넣는, 악당 중의 악당이다. 우아하기 그지없는 '괴도신사'란 별명이 붙은 뤼뺑과는 달리, 팡토마는 '테러의 대왕 The Lord of Terror'으로 불리는 진정한 의미의 안티 히어로다.

[팡토마] 시리즈는 추리소설로 분류되긴 하되 실제로는 액션 소설 혹은 모험 소설에 가까웠던 모양이다. 외국의 Fantomas 팬사이트에서 얻어볼 수 있었던 [팡토마] 시리즈의 서두만 보더라도 쉬이 알 수 있다(*). 그런 고로, 추리소설의 역사를 다룬 서적에선 한 줄 정도로 간단하게 언급하고 지나치기 일쑤다.

(* 이 서두를 읽노라니, 주인공이 마지막에 'Everyone, no one'이라고 독백하는 샘 레이미 감독의 영화 [다크맨]이 떠오른다. 그러고보니 '다크맨' 도 팡토마와 같은 변장의 명수였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꽤 인기가 있는지, 1913년 이후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79년에는 TV 시리즈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 TV에서도 아주 옛날에 팡토마 영화(였는지 TV 시리즈였는지)를 방영한 적이 있다는데, 내 기억은 흐릿하기 그지없다. 메뚜기 hansang은 비교적 잘 기억하고 있지만...

그런데 우리나라엔 본 작품이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듯 하다. 하기야 문학적 가치라곤 쥐뿔만치도 없는데다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백년 전의 펄프 픽션을 애써 번역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기껏해야 93년도에 동아출판사에서 아동용으로 [괴도 팡토마]를 내놓은 것이 전부인데, 중고 서적에서 어렵사리 구해볼 수 있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팡토마는 일련의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어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죄없는 연극배우를 자기 대신 단두대로 보내고 유유히 감옥을 탈출한다는 이야기다. 잠깐, 이건 도무지 아동 소설로 소개될만한 내용이 아니잖아? 마지막의 작품 해설은 더욱 깬다.

"... 이 내용은 잔인 무도한 팡토마가 완전 범죄를 위해 벌이는 살인극인데, 범죄는 반드시 밝혀지고 악당은 그 죄의 대가를 꼭 받고야 만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쓴 사람은 팡토마가 저지른 죄의 대가를 받은 사람이 죄없는 연극 배우란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아동 소설의 공식이나 다름없는 '권선징악'이 무시된 사실을 이 정도로써 얼버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팡토마가 붙잡혀 처벌받는 편을 보기 전에는, 초등학생 아이들도 납득하지 못하리라.

이 짧은 번역본으로 팡토마에 대한 관심을 만족시키기란 도무지 역부족이다. 다행스럽게도 외국의 Fantomas 팬사이트에는 소설의 표지 및 간략한 요약, 그리고 영상 정보가 그득 담겨 있다.

재미있는 것은, 멕시코에는 팡토마를 주인공으로 삼은 만화가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팡토마'라는 이름과 '변장의 달인'이란 설정을 제외하면 원작과는 별 상관없는 슈퍼 히어로 만화인 듯 하다.

어쨌든 이미 구닥다리가 다 되어먹은 [팡토마] 시리즈의 완역판이 나올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생각된다. 이보다는 차라리 [코난] 시리즈가 번역될 가능성이 훨씬 높지 않을까.
2004/06/19 22:45 2004/06/19 22:45

북두의 권 - 한국 영화판

영상비평 | 2004/06/18 18:52 | djhan
"푸하하하!"
- 풍견대개, 한국판 [북두의 권] 오프닝을 보고


- 이 글은 짱구 SF, 딴지일보는 물론 하드플래닛에도 올린 글입니다. 이미 읽은 적이 있다면 가볍게 무시하시길 -

한국 영화 [북두의 권]에 관하여

2004/06/18 18:52 2004/06/18 18:52

오따꾸가 되었던 순간

잡담 | 2004/06/17 12:20 | djhan
사이코닥터의 난동여행 - 독서일기 (2001년 7월자) 중에서

도깨비뉴스나 웃긴대학에 소개된 나오키씨(한국통칭 나옥희)의 한국어 사이트는 그야말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나오키씨 본인조차 자신의 이상야릇하고 괴이쩍은 한국어에 포복절도할 매력이 숨어 있을 줄이야 상상하지 못했겠죠.

이 정도야 그래도 양반이죠. 전 저도 모르는 사이 나오키씨의 한국어는 상대도 안되는, 엄청난 수준의 한일 인터넷 번역기를 통해서 일본에 '한국의 오따꾸'로 소개된 바 있습니다. 그 참극이 일어난 곳은 일본의 대표적인 SF 마니아, 카자노 하루키씨의 '사이코닥터의 난동여행'사이트였죠. 일본어를 아시는 분이라면 한번 위 링크에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다행히도 이후로는 오따꾸라 불리는 일이 없었습니다. 당연하죠. 저처럼 밝고 건전한 미소년(우욱)이 오따꾸라뇨. 말도 안되는 소리!
2004/06/17 12:20 2004/06/17 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