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TV: 과연?

하드웨어 | 2010/05/22 14:59 | djhan
남이 만든 걸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처럼 추해 보이고, 쓸데 없는 짓거리도 없다. 맞으면 본전이고, 틀리면 바보 되는 거니까. 평론가란 직업의 대부분은 그런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도 평론가란 직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왜? 추해 보이고, 쓸데 없는 짓거리도 때로는 필요한 거니까. 이 나라에 가카가 필요한 것처럼.... 아니, 취소한다. 솔직히 쥐새끼는 한 마리라도 없는 편이 나으니까.

어쨌든, 오늘 나는 구글 TV에 관해서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이다.

구글이 '구글 TV'를 발표할 거란 예상은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사실 별로 신기한 아이디어도 아니다. 적당히 VOD를 보고, 적당히 웹질 하고, 적당히 게임 하고, 적당히 이거저거 다 할 수 있는 셋탑 박스와 TV를 결합시키자는 아이디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진화시켜 그런 자리를 차지하려 했었고, MS는 엑스박스를 들이밀었다. 애플은 iTV로 살짝 간을 봤고.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다. 거실의 거대한 테레비 화면으로 웹 서핑을 하고 싶은 사람은 분명히 있을 거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구글이 원하는대로 웹 앱 스토어에서 SNS나 게임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나 여기엔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TV가 수동적인 디바이스라는 사실이다.

통근전철 안에서 휴대폰을 만지작대는 사람들을 보면 게임을 하는 사람이 반, DMB를 보는 사람이 반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앱 스토어에서 게임을 찾아 다운받고 하는 건 나름대로 귀찮은 일이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득세를 부려도, 그 기능의 반의 반도 쓰지 않은 채, 멍하니 DMB 화면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게 앱 스토어에서 삽질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니까.

거실 TV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소파에 길게 누워 하품을 하며 미친 듯이 채널을 돌리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행동 패턴일 것이다. 케이블 셋탑 박스에 VOD 기능이 있어도, 그걸 써서 영화를 찾아보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해야 하지? 채널만 돌려도 충분한데 말이야.

최근에 나는 거실 TV에 베어본 PC를 조립해 연결했다. 그리고 HTPC로 활용하기 위해서 XBMC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놨다. 그러나 한 달 정도 지난 현재, 그 컴퓨터는 홈 서버 겸 불법 야동 FTP 서버로 전락해 버렸다. 컴퓨터라는 건, 아무리 편해졌다고 해도, 사용자의 끊임없는 주의와 간섭을 필요로 하는 능동적인 디바이스다. 요컨대 TV 리모콘을 누르는 것보다 훠어어어얼씬 불편하다는 얘기다.

TV와 연결하는 능동적인 디바이스 중에서 성공을 거둔 건 게임기 정도다. 소니나 MS가 게임기를 중심으로 거실 점령 전략을 세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게임기에서 원하는 게 게임일 뿐, 다른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소니의 블루레이 올인 전략도, MS의 엔터테인먼트 확장 전략도,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기 컨셉을 내세운 닌텐도 wii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구글 TV를 다시 돌아보자. 아마 구글 TV의 형태는 안드로이드 OS 셋탑 박스나 또는 이걸 내장한 TV 본체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웹 서핑을 할 수 있고, 웹 앱 스토어에서 이거저거 다운받아 볼 수 있고, 유튜브도 볼 수 있고, 당연히 폰튜브(porntube)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와, 이거 정말 스마트한데? 근데..... 이걸 왜 TV에서 해야 하지?

그렇다. 이미 컴퓨터가 몇 대씩이나 굴러다니는 세상이다. 통근 중엔 휴대폰으로 웹질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에서 멀쩡한 컴퓨터를 놔 두고 TV로 이런 짓을 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뭐냔 말이다. 거실 TV로는 두산이 엘쥐를 박살내는 야구 중계를 본다거나, 아니면 한국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을 발라버리는 축구 중계를 본다거나 해야지! 아니, 그게 아니지..... 마눌님께서 드라마를 보셔야 하니 그쪽에 양보해 드려야지. 가끔은 친오빠와 연애질을 하는 기집얘가 나오는 막장 드라마도 괜찮겠지, 뭐. 마침 그 기집얘도 내 취향이었고 하니....

아무튼 그렇다. 소니가 구글에 줄을 서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기대했던 PS3 매출도 시원찮고, 가전 시장에서도 연신 삼성과 LG에 두들겨맞는 작금의 상황에선, 뭐든 하나 건져야 하니까.

하지만 어쨌건 의문은 남는다. 과연 이게 성공할 것인가?

글쎄, 마눌님께서 TV 리모콘을 포기하신다면 성공할지도 모르지!
2010/05/22 14:59 2010/05/22 14:59
일전에 일본의 웹 사용성 지원 사이트의 컬럼인 [Flash는 어째서 미움받는가?]라는 글을 번역해 올렸었다. 해당 컬럼은 그 성격상 '웹 사용성'이란 측면에서 현재의 웹 사이트에 범람하는 Flash 컨텐츠를 평가했고, 실제로 거기서 지적한 문제 대부분은 Flash 자체의 단점에서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컨텐츠를 만든 개발자나 기획자, 디자이너들의 무지와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사용성 하나뿐만이 아니다.

지금, 애플은 대 놓고 플래쉬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MS도 애플과 거의 마찬가지 길을 가는 것 같고, 구글조차도 어쩐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열혈 플래시 개발자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이렇게 외친다.

"애플, 이 색희들은 플랫폼을 꽉 쥐려고 한다니깐요! 플래쉬 앱이 쏟아져 나와서 개방된 앱 시장을 만들고 앱스토어를 엿 먹일까봐 무서워서 저러는 거에요! 근데 MS하고 구글도 그 흉내를 내려고 하잖아요? 나쁜 색희들 같으니라고!"

글쎄, 과연 그런 이유 때문일까?

지금으로부터 5년 전, 그러니까 2005년, 어도비에선 모바일용 플래쉬 플레이어인 플래쉬 라이트 1.0을 내놓았다. 데스크탑용 플래쉬하곤 달리 구리고, 구리고, 또 구린 물건이었다.

하지만 당시 어도비는 모바일 업체들에 플래쉬 라이트를 들고 돌아다니며 이렇게 선전했다.

1) 보세요, 이게 우리가 만든 최신 모바일용 플래쉬 라이트에요. 자, 보세요, 예전 것들은 문제 없이 잘 돌아가죠? 플래쉬로 만들어진 게임이나 위젯이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슝슝 돌아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워우!

2) 요즘 만들어진 플래쉬 파일은 조금 문제가 있지만, 걱정 마세요. 라이트도 버전업이 되면 데탑용과 거의 같은 기능을 제공하게 될 테니까요, 쿄쿄.

3) 게다가 요즘 하드웨어 발전 속도는 장난이 아니잖아요? 우리도 곧 하드웨어 GPU 가속을 지원할 거라고요. 그럼 데탑만큼이나 빨라질 걸요, 얏호!

4) 그뿐만이 아니죠. 우리가 만든 플래쉬 저작 툴을 이용하면 GUI를 순식간에 뚝딱 만들 수 있잖아요? 번거로운 GUI는 죄다 외주 줘 버리고, 고객 여러분은 내부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답니다, 오우, 퐌톼스튁!

그리하여 많은 모바일 업체들이 어도비의 플래쉬 라이트를 탑재하고, GUI를 현란한 플래쉬 애니메이션으로 도배하는데 열중했다. 어쨌건 어도비의 약속 아니냐! 그걸 어찌 안 믿을쏘야!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2005년 말 플래쉬 라이트 2.0이 나왔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06년 말에 2.1이 나왔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라이트는 여전히 라이트일 뿐이었다. 데스크탑 버전과 동일한 성능? 호환성? 하드웨어 가속? 그 어떤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플래쉬 라이트를 쓴 업체들에게 남은 거라곤 1) CPU 파워의 거의 대부분을 잡아먹는 무거운 GUI와 2) 막대한 외주개발비와 3) 외주개발비용을 훨씬 상회하는 플래쉬 라이트 라이센스 비용이었다.
어도비는 조만간 출시될 플래쉬 라이트 3.0을 기대하라며 업체를 설득했다. 많은 업체들은 반신반의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2007년, 대망의 플래쉬 라이트 3.0이 나왔다.
불행히도 약속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액션스크립트 호환성은 여전히 형편없고, 속도도 미칠듯이 느리고, 하드웨어 가속도 지원되지 않았다. 데탑용 플래쉬로 만들어진 게임이나 위젯을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그대로 돌린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었다.
어도비는 다시 업체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다음 버전에선, 다음 버전에서만큼은 이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고 약속하면서.
똑똑한 업체들은 재빨리 어도비에 등을 돌리고, 훨씬 저렴한 플래쉬 호환 엔진으로 갈아탔다. 하지만 일부 멍청한 업체들은 플래쉬 라이트를 고수했다. 천하의 어도비가 팔짱 끼고 놀고만 있진 않을 거라는 순진한 믿음을 가진 채.

2009년, 플래쉬 라이트 3.1이 나왔다.
아, 물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어도비도 더 이상 플래쉬 라이트의 다음 버전 운운하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쪽 팔려서 그런 거냐고?
천만의 말씀, 그럴 리가 있나. 그 대신 어도비는 플래쉬 다음 버전인 10.1에서 데스크탑과 모바일용 플래쉬가 통합될 거라고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5년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시간이다. 만일 그 동안 어도비가 모바일용 플래쉬 개발에 전력투구했다면, 지금쯤 모바일 업계의 소프트웨어 개발 패권을 장악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도비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공수표를 남발하며 하드웨어 업체를 꼬드겨 거액의 라이센스 비를 뜯어먹고 개발자들한텐 고가의 개발 툴을 팔아먹는 데 혈안을 올렸을 따름이다. 그저 방석 깔고 앉아서 편하게 돈 버는 데에만 열중한 거다.

이런 꼴을 지켜본 사람 입장에서 잡스의 말에 찬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 맞아, 형님 말이 맞아. 저 색희들, 정말 게으른 색희들이라니까!

물론 플래쉬 개발자들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어쨌든 플래쉬는 익숙한 개발 툴인 동시에 밥줄이니까. 그들에게 있어서 애플은 폐쇄된 모바일 앱 시장을 지배하는 음침한 독재자고, 어도비 플래쉬는 개방된 앱 시장을 선도할 밤하늘의 광명성과도 같은 영웅이다. 그래서 애플이 일부러 플래쉬를 죽이려 한다는 음모론을 진지하게 설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음모론과 현실 사이엔 언제나 엄청난 간극이 있기 마련이다.

여태껏 많은 플래쉬 게임이나 위젯, 어플리케이션이 나왔지만 실제로 상업화에 성공한 건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코믹 마켓이나 DLSite.com에서 팔리는 야게임 정도? 그나마도 데스크탑 시장에 국한된 성과였고, 모바일용으로는 제대로 된 앱조차 나오지 않았다. 모바일용 플래쉬의 성능과 속도의 한계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플래쉬 앱 시장은 제대로 존재한 적도 없고, 현재까지도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향후 플래쉬가 개방형 앱 시장을 주도할 개발 툴이 될 거라고? 그거 어째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다음 대선에 나올 거란 소리보다 더 황당무계하게 들리는데? 나쁘게 말하면 헛소리고, 더 나쁘게 말하면 코메디다.

지금은 애플, 구글, MS, 노키아, 블랙베리, 삼성 등 난다 긴다 하는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모바일 시장의 패권을 놓고 격전을 벌이는 중이다. 다들 플랫폼을 다듬고 개발 툴을 정비하고 유능한 개발자와 업체를 끌어들여 전용 앱을 만드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 바쁜 와중에, 제대로 된 모바일용 플래쉬 엔진 하나 내놓지 못한 어도비한테 일부러 자리를 마련해 줄 정도로 정신줄을 놓은 회사가 있을까?
당연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어도비는 여전히 뉘우치지 않고, 말빨로만 버티려 하고 있다. -> 가장 최근의 행적 (기사 : 어도비, W3C 회의에서 HTML5 규격 사보타주 )

내 생각인데, 어도비는 좀 더 당해도 싸다. 아니, 아주 처절하게 당해야만 한다. 그동안 구라로만 장사를 해 온 댓가를 치뤄야만 한다.
그러니 잡스 형님, 힘내세요! 게을러터진 어도비 색희들한테 인생의 쓴 맛을 보여주세요, 젠장!
2010/02/24 20:32 2010/02/24 20:32
아이폰용 오페라 미니, 즉시 공개하지 못하는 속사정?

많은 사람들은 2008년 10월도의 블로그 기사를 인용해 가며 "애플이 오페라 미니 등록을 이미 거부한 전례가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 최초로 이 이슈를 제시한 뉴욕 타임즈의 Bits Blog 기사의 문제의 단락은 다음과 같다.

...Mr. von Tetzchner said that Opera’s engineers have developed a version of Opera Mini that can run on an Apple iPhone, but Apple won’t let the company release it because it competes with Apple’s own Safari browser....

사실 나도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부분의 해석은 이렇게 될 것 같다.

미스터 von Tetzchner은 "오페라의 엔지니어들은 애플 아이폰에서 돌아가는 오페라 미니 버전을 이미 개발해 놓았다. 하지만 애플은 애플 자신의 사파리 브라우저의 경쟁자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회사(오페라)가 (오페라 미니를) 발표하게 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흠, 아무리 봐도 "애플 앱스토어에 오페라 미니를 올렸다가 궁둥이를 뻥 하고 걷어차였어요!"란 식으로 읽히진 않는데? 그냥 지레 겁먹은 것뿐이잖아?

실제로 Darling Fireball 블로그에 따르면, 2008년도 당시 오페라는 오페라 미니를 앱스토어에 등록하려 시도하지조차 않았다고 한다!

해당 기사 인용 : ....My understanding, based on information from informed sources who do not wish to be identified because they were not authorized by their employers, is that Opera has developed an iPhone version of Opera Mini, but they haven’t even submitted it to Apple, let alone had it be rejected....

2008년도 당시, 오페라가 오페라 미니를 앱스토어에 올리지 않았다는 건 확실한 사실로 보인다. 만일 올렸다가 리젝을 당했다면 구글 보이스 리젝 사건만큼이나 크게 확대됐을 테고, 뉴욕 타임즈의 블로그 기삿감에서 실제 기삿감으로 업그레이드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조용히 파묻히고 말았다. 혹시 애플에서 뉴욕 타임즈에 돈을 찔러넣고 사건을 무마시켰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시는지?

일반 블로거는 원문 해석도 제대로 안 하고, 관련 기사 검색도 잘 안 하고, 그냥 카더라 통신에만 의존하면서 까댈 수 있다. 어쨌건 사과는 까야 제맛이니까. 하지만 명색이 기자란 인간들까지 그러면 좀 곤란한 거 아닌가?
2010/02/13 00:35 2010/02/13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