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은 무엇인가를 베기 위해 존재하는 물건이다.
그리고 무사는 칼로 사람을 베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죽을 날을 앞둔 노인일지라도, 갓 태어난 어린아이일지라도, 망설이지 않고 죽이는 것이 무사의 일이다.
그리고 검룡 휘하, 증산도 우군(右軍)의 무사들은 실로 뛰어난 무사들이었다. 숙련된 솜씨로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감행하는 인간 백정.
그들은 도주의 명을 받들어, 검룡의 지시를 따라, 세계 각지로 흩어진 매국노와 반역자의 후손을 처리하는 일에 착수했다. 그리고 채 닷새가 지나기도 전에, 살생부에 올라가 있던 이름은 거의 대부분 지워져 버렸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일가족이 통째로, 대단히 잔인하고, 대단히 참혹한 방법으로.
엿새째 되던 날, 아직 살생부에 남아 있는 이름은 단 하나뿐, 그와 그 가족이 삶을 유예 받은 이유도 단 하나뿐.
검룡은 제일 맛있는 반찬을 맨 마지막에 먹는 성격이었다.
펼치기..
엿새째에서 이레째로 넘어간 새벽 세 시, 방배동의 고급 주택가, 넓고 화려한 저택이 어깨를 맞대고 붙어 있는 거리, 그 거리에
늘어선 가로등이 차례로 꺼지면서 사방이 어둠에 잠겼다. 가로등 아래 붙어 있던 CCTV도 작동을 멈춰 버렸다.
그리고 대지만 이백여 평이 넘는 어느 대저택의 담장 아래, 다섯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어둠처럼 새까만 도복을 입은 자객들, 그들은 발을 가볍게 굴려 3미터 높이의 담장을 소리 없이 뛰어넘었다.
자객 하나가 대문 옆에 자리잡은 커다란 개집 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안에 누워 있던 도베르만의 목덜미에 삼 척 장검을 찔러 넣었다.
또다른 자객은 마당 한구석에 있는 허름한 창고 지붕에 사뿐히 착지했다. 그리고 그 앞에서 꾸벅이며 졸던 청원경찰의 목 울대에 짧은 단도를 꽂아 넣었다.
비명은 없었다. 고통도 없었다. 짐승과 인간은 순식간에 절명해 버렸다. 그리고 두 자객이 희생양의 목에서 피 묻은 칼을 뽑아내며 머리를 끄덕이는 것을 신호로, 다른 세 사람이 3층 저택의 정문을 향해 질주했다. 앞장선 자는 검룡, 허리엔 천룡검을 차고 등에는 네 자루의 길다란 쇠꼬챙이를 짊어졌다.
검룡이 칼을 뽑아 자물쇠를 쪼개고 문을 열었지만, 사이렌을 울리고 경찰을 불러야 할 보안 장치는 침묵에 잠긴 채 깨어나지 않았다. 하나는 1층으로, 다른 하나는 2층으로, 마지막의 검룡은 3층으로 향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계단을 뛰어올라, 넓은 복도를 내달려,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을 밝히는 것은 넓은 창문을 관통해 들어온 대도시의 흐릿한 달빛과 별빛. 화려하게 장식된 큼직한 더블 베드 위에서 코를 골며 자는 사람은 돼지처럼 뒤룩뒤룩한 초로(初老)의 노인. 검룡은 그가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정시대 때에는 일본군에 붙고 해방이 된 이후에는 공산주의를 추종하다가 남북으로 갈라진 뒤로는 미국에 찰싹 달라붙어 꿀맛처럼 달콤한 권력을 맛보며 조국과 민족의 이익을 아낌없이 외국에 팔아먹은 지독하게 간악한 모리배의 손자, 애국자들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우길 주저하지 않고 검룡의 아버지를 전쟁 영웅에서 범죄자로 격하시키는 데 앞장섰던 지독하게 반민족적인 정치가, 가능한 가장 지독한 방법으로 처단해야 마땅한 자!
검룡의 손은 빠르고 매서웠다. 노인이 덮고 있던 이불을 벗기고, 품에서 질긴 테이프를 꺼내 그 입을 봉하고, 쇠꼬챙이로 사지를 찔러 침대를 꿰뚫고 콘크리트 바닥에 고정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 초.
갑작스럽게 닥쳐온 고통에 노인은 눈을 부릅뜨고 발버둥쳤다. 차가운 쇠꼬챙이에 구멍이 뚫린 손목과 발목에선 뜨거운 피가 뭉글거리며 새어 나왔고, 새까만 테이프로 봉쇄된 입에선 잿빛의 신음이 겨우 새어 나왔다. 그러나 검룡의 입가에 떠오른 것은 잔혹하고, 잔혹하고, 잔혹한 미소.
"네놈은 내가 누군지 모를 거다." 그는 천룡검으로 노인의 뱃살을 가볍게 그어 내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하지만 네놈 때문에 자결한 김경서 장군의 아들이라면 짚이는 데가 있겠지?"
늙은이의 눈에 고통과 더불어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검룡의 등 뒤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처리했습니다."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그것은 목, 삼십 대 중반의 남자와 여자, 다섯 살배기 어린이의 목이었다. 줄줄이 머리채가 묶인 채 솥뚜껑만한 손아귀에 붙들려 대롱대롱 흔들리며 붉은 선혈을 떨어트리는 머리통을 보면서, 노인은 거칠게 몸부림치며 눈물을 흘렸다.
"가져왔습니다."
다른 사람은 아기 요람을 바닥에 내려 놓았다. 작고 귀여운 갓난아이가 푹신한 쿠션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
"꼭 이래야 합니까?"
요람을 가져온 사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검룡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반문했다.
"무슨 말인가?"
"이런 갓난아이까지 해치는 건 너무 무자비한 처사 아닐까요?"
그는 석 달 전에 우군에 들어온 은예(銀銳)라는 젊은이였다. 나이는 이제 겨우 스물, 자객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네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같이 들어온 사내, 삼십 대 중반의 노련한 무사 영성(永城)이 낮은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감히 우군장님께 항명할 셈인가?"
"아니, 됐어. 영성, 자넨 나서지 말게." 검룡은 은예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봐, 자네 허균을 알고 있나?"
"예, 알고 있습니다. 홍길동전을 쓴 사람이죠."
"그가 역적으로 몰려 능지처참을 당할 때, 어떤 문인이 이렇게 한탄했어. 수호전을 쓴 시내암은 도적을 영웅으로 꾸민 죄로 자손 5대가 눈이 멀고 귀가 멀었는데, 수호전을 빗대어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그 자신은 물론 삼족에 이르기까지 화가 미쳤다고 말이야."
검룡은 천룡검으로 아기 요람을 겨누며 말을 이었다.
"도적을 영웅으로 꾸민 죄가 하늘로부터 그러한 처벌을 받는다면, 나라를 팔아먹고 인민을 괴롭히고 애국자를 모함한 죄는 그보다 더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겠지. 3족이 아니라 9족을 멸하고 그 씨앗을 모조리 말려 버려야 옳은 일이야. 직계 자손 5대까지만 처형하고 끝내겠다는 건, 무자비하긴커녕 엄청나게 자비로운 처사라고!"
살의로, 광기로, 분노로, 증오로 시뻘겋게 타오르는 눈, 그 눈을 마주보며 은예는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민족의 얼을 좀먹은 역적들과 그 후손들을 처단할 때는 주저할 필요가 없어. 그 놈들을 죽이는 건 의롭기 그지 없는 일이니까.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놈들을 최대한 잔인하고 혹독한 방법으로 죽일 궁리나 하게나. 바로 이렇게!"
검룡은 천룡검으로 아기 요람을 내리쳤다. 그리고……
노인이 짐승처럼 꺽꺽대며 미친 듯이 몸을 뒤틀며 발버둥쳤다. 무거운 침대가 좌우로 요동치며 삐걱거렸다. 비정한 살육에 은예는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입을 벌리고, 영성마저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러나 검룡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가느다란 달빛 속에서 새파란 광채를 내뿜는 천룡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예리한 칼날에는 단 한 방울의 피도 묻어나지 않았다.
"이런 칼은 처음 보는군! 강노인이 이번엔 진짜 작품을 만들었어. 대단해, 정말 대단해!"
그는 몸을 돌려 천천히 노인을 향해 걸어갔다. 바닥에 낮게 깔린 것은 저승사자의 발걸음소리, 그 위에 깔린 것은 흉포한 광인의 목소리.
"이봐, 울지 마, 이제 곧 가족들 곁으로 보내줄 테니까." 그리고 그의 얼굴에 깔린 것은 사악한 웃음소리. "하지만 편히 갈 거라고 기대하진 마!"
고대 바이킹의 의식 중에 '피의 독수리'란 의식이 있다. 살아있는 인간의 가슴을 쪼개고 그 허파를 독수리의 날개처럼 넓게 펼쳐, 오딘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다.
검룡은 그 의식을 재현했다. 하지만 그는 허파를 꺼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장까지 끄집어 내서 잘게 썰었다. 노인은 자신의 몸이 해체되는 모습을 보면서, 몇 번이고 까무러치며, 영혼마저 말라 붙는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 갔다. 너무나도 참혹한 광경, 영성은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은예는 무릎을 꿇은 채 뱃속에 든 것을 남김없이 게워냈다.
그러나 검룡은, 온 몸에 피를 뒤집어 쓴 채, 웃었다. 거대한 불꽃이 그 저택을 집어삼키고 모든 것을 재로 만들 때까지, 그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 계속 -
그리고 대지만 이백여 평이 넘는 어느 대저택의 담장 아래, 다섯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어둠처럼 새까만 도복을 입은 자객들, 그들은 발을 가볍게 굴려 3미터 높이의 담장을 소리 없이 뛰어넘었다.
자객 하나가 대문 옆에 자리잡은 커다란 개집 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안에 누워 있던 도베르만의 목덜미에 삼 척 장검을 찔러 넣었다.
또다른 자객은 마당 한구석에 있는 허름한 창고 지붕에 사뿐히 착지했다. 그리고 그 앞에서 꾸벅이며 졸던 청원경찰의 목 울대에 짧은 단도를 꽂아 넣었다.
비명은 없었다. 고통도 없었다. 짐승과 인간은 순식간에 절명해 버렸다. 그리고 두 자객이 희생양의 목에서 피 묻은 칼을 뽑아내며 머리를 끄덕이는 것을 신호로, 다른 세 사람이 3층 저택의 정문을 향해 질주했다. 앞장선 자는 검룡, 허리엔 천룡검을 차고 등에는 네 자루의 길다란 쇠꼬챙이를 짊어졌다.
검룡이 칼을 뽑아 자물쇠를 쪼개고 문을 열었지만, 사이렌을 울리고 경찰을 불러야 할 보안 장치는 침묵에 잠긴 채 깨어나지 않았다. 하나는 1층으로, 다른 하나는 2층으로, 마지막의 검룡은 3층으로 향했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계단을 뛰어올라, 넓은 복도를 내달려,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을 밝히는 것은 넓은 창문을 관통해 들어온 대도시의 흐릿한 달빛과 별빛. 화려하게 장식된 큼직한 더블 베드 위에서 코를 골며 자는 사람은 돼지처럼 뒤룩뒤룩한 초로(初老)의 노인. 검룡은 그가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정시대 때에는 일본군에 붙고 해방이 된 이후에는 공산주의를 추종하다가 남북으로 갈라진 뒤로는 미국에 찰싹 달라붙어 꿀맛처럼 달콤한 권력을 맛보며 조국과 민족의 이익을 아낌없이 외국에 팔아먹은 지독하게 간악한 모리배의 손자, 애국자들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우길 주저하지 않고 검룡의 아버지를 전쟁 영웅에서 범죄자로 격하시키는 데 앞장섰던 지독하게 반민족적인 정치가, 가능한 가장 지독한 방법으로 처단해야 마땅한 자!
검룡의 손은 빠르고 매서웠다. 노인이 덮고 있던 이불을 벗기고, 품에서 질긴 테이프를 꺼내 그 입을 봉하고, 쇠꼬챙이로 사지를 찔러 침대를 꿰뚫고 콘크리트 바닥에 고정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 초.
갑작스럽게 닥쳐온 고통에 노인은 눈을 부릅뜨고 발버둥쳤다. 차가운 쇠꼬챙이에 구멍이 뚫린 손목과 발목에선 뜨거운 피가 뭉글거리며 새어 나왔고, 새까만 테이프로 봉쇄된 입에선 잿빛의 신음이 겨우 새어 나왔다. 그러나 검룡의 입가에 떠오른 것은 잔혹하고, 잔혹하고, 잔혹한 미소.
"네놈은 내가 누군지 모를 거다." 그는 천룡검으로 노인의 뱃살을 가볍게 그어 내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하지만 네놈 때문에 자결한 김경서 장군의 아들이라면 짚이는 데가 있겠지?"
늙은이의 눈에 고통과 더불어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검룡의 등 뒤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처리했습니다."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그것은 목, 삼십 대 중반의 남자와 여자, 다섯 살배기 어린이의 목이었다. 줄줄이 머리채가 묶인 채 솥뚜껑만한 손아귀에 붙들려 대롱대롱 흔들리며 붉은 선혈을 떨어트리는 머리통을 보면서, 노인은 거칠게 몸부림치며 눈물을 흘렸다.
"가져왔습니다."
다른 사람은 아기 요람을 바닥에 내려 놓았다. 작고 귀여운 갓난아이가 푹신한 쿠션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
"꼭 이래야 합니까?"
요람을 가져온 사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검룡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반문했다.
"무슨 말인가?"
"이런 갓난아이까지 해치는 건 너무 무자비한 처사 아닐까요?"
그는 석 달 전에 우군에 들어온 은예(銀銳)라는 젊은이였다. 나이는 이제 겨우 스물, 자객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네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같이 들어온 사내, 삼십 대 중반의 노련한 무사 영성(永城)이 낮은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감히 우군장님께 항명할 셈인가?"
"아니, 됐어. 영성, 자넨 나서지 말게." 검룡은 은예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봐, 자네 허균을 알고 있나?"
"예, 알고 있습니다. 홍길동전을 쓴 사람이죠."
"그가 역적으로 몰려 능지처참을 당할 때, 어떤 문인이 이렇게 한탄했어. 수호전을 쓴 시내암은 도적을 영웅으로 꾸민 죄로 자손 5대가 눈이 멀고 귀가 멀었는데, 수호전을 빗대어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그 자신은 물론 삼족에 이르기까지 화가 미쳤다고 말이야."
검룡은 천룡검으로 아기 요람을 겨누며 말을 이었다.
"도적을 영웅으로 꾸민 죄가 하늘로부터 그러한 처벌을 받는다면, 나라를 팔아먹고 인민을 괴롭히고 애국자를 모함한 죄는 그보다 더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겠지. 3족이 아니라 9족을 멸하고 그 씨앗을 모조리 말려 버려야 옳은 일이야. 직계 자손 5대까지만 처형하고 끝내겠다는 건, 무자비하긴커녕 엄청나게 자비로운 처사라고!"
살의로, 광기로, 분노로, 증오로 시뻘겋게 타오르는 눈, 그 눈을 마주보며 은예는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민족의 얼을 좀먹은 역적들과 그 후손들을 처단할 때는 주저할 필요가 없어. 그 놈들을 죽이는 건 의롭기 그지 없는 일이니까.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놈들을 최대한 잔인하고 혹독한 방법으로 죽일 궁리나 하게나. 바로 이렇게!"
검룡은 천룡검으로 아기 요람을 내리쳤다. 그리고……
노인이 짐승처럼 꺽꺽대며 미친 듯이 몸을 뒤틀며 발버둥쳤다. 무거운 침대가 좌우로 요동치며 삐걱거렸다. 비정한 살육에 은예는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입을 벌리고, 영성마저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러나 검룡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가느다란 달빛 속에서 새파란 광채를 내뿜는 천룡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예리한 칼날에는 단 한 방울의 피도 묻어나지 않았다.
"이런 칼은 처음 보는군! 강노인이 이번엔 진짜 작품을 만들었어. 대단해, 정말 대단해!"
그는 몸을 돌려 천천히 노인을 향해 걸어갔다. 바닥에 낮게 깔린 것은 저승사자의 발걸음소리, 그 위에 깔린 것은 흉포한 광인의 목소리.
"이봐, 울지 마, 이제 곧 가족들 곁으로 보내줄 테니까." 그리고 그의 얼굴에 깔린 것은 사악한 웃음소리. "하지만 편히 갈 거라고 기대하진 마!"
고대 바이킹의 의식 중에 '피의 독수리'란 의식이 있다. 살아있는 인간의 가슴을 쪼개고 그 허파를 독수리의 날개처럼 넓게 펼쳐, 오딘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다.
검룡은 그 의식을 재현했다. 하지만 그는 허파를 꺼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장까지 끄집어 내서 잘게 썰었다. 노인은 자신의 몸이 해체되는 모습을 보면서, 몇 번이고 까무러치며, 영혼마저 말라 붙는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 갔다. 너무나도 참혹한 광경, 영성은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은예는 무릎을 꿇은 채 뱃속에 든 것을 남김없이 게워냈다.
그러나 검룡은, 온 몸에 피를 뒤집어 쓴 채, 웃었다. 거대한 불꽃이 그 저택을 집어삼키고 모든 것을 재로 만들 때까지, 그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