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바다이야기 간판을 길거리에서 봤을 때, 나는 그게 새로 생긴 참치횟집 체인점인 줄로만 알았다. 그게 슬롯머신 게임기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금에 와선, 바다이야기는 술자리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화젯거리가 되기에 이르렀다. 어떤 사람은, 모두가 노무현 잘못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글쎄, 듣자하니 [괴물]이 스크린을 독식한 것도 노무현 책임이라며? 다른 사람은, 여자 장사(?)와 마찬가지로 도박 장사도 어설프게 손 대면 안 되는 장사라고 주장한다. 글쎄, 장사라는 건 항상 위험한 법이지.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박 따위에 손을 대는 인간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글쎄, 그런 말 하는 사람 치고 주식 투자 안 하는 사람 못 봤다.

오락기 앞에 편히 앉아 동전을 넣고 막대기를 잡아당겨서 원금의 수십 수백 배의 대박을 노리는 심리나, 모니터 앞에 편히 앉아 주가 변동표를 바라보며 마우스 버튼을 클릭해서 원금의 두 배 세 배가 넘는 대박을 노리는 심리나, 별 차이가 없다. 요컨대 농땡이 심리라는 거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남들보다 많은 것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심, 그러한 욕심이 있었기에 인류는 풍부한 뇌용량을 활용해서 다른 동물들이 흉내낼 수 없는 기술 문명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농땡이 심리는 건전한 기술 개발의 원동력이 되기는커녕, 주식 투자니 부동산 투자니 재테크니 하는 요란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돈놀이를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한 푼으로 두 푼 세 푼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사람을 꼬드기는 건, 투자가 아닌 투기다.

하지만 투기의 유혹에 넘어간 사람들은 모니터 앞에 앉아, 주변에서 줏어들은 불확실한 소스와 3류 기자들의 신문기사에 의지해 열심히 주식과 채권을 사들인다. 자신이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자신이 산 주식이 두 배 세 배가 넘는 이익을 올려 주기를 기대하며, 그로써 생긴 이익금이 자신을 불확실한 미래에서 구제해 주리라 확신하면서. 하지만 자기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미래조차 확신하지 못하면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남의 회사 주가에는 어찌 그런 무모한 확신을 품을 수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도 없고 납득할 수도 없다.
그렇게 두 배 세 배의 불로소득을 꿈꾸는 사람들이 이백 삼백 배의 이익을 꿈꾸며 손잡이를 당기는 사람들을 비웃는 것을 보노라면, 아예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그거야말로 겨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니까.

기회가 된다면 모든 생명체의 고향인 바다에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인간의 농땡이 심리가 과연 바다에서 기원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기원한 것인지를. 하지만 바다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2006/08/27 21:44 2006/08/2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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