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아이리버 광고
"Welcome, IBM. Seriously"
- IBM이 PC 시장 진출을 선언했을 당시 애플의 신문 광고
최근 몇년새 성공한 벤쳐 기업 중에서 아이리버가 눈에 띄는 이유는, 인터넷이 아닌 하드웨어 제조업으로 성공한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겁니다. 또한 아이리버는 아이디어와 기술력과 디자인과 서비스 기타 등등 여러가지 면에서 퍽 좋은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DJ.HAN은 꽤 열심으로 맥을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허나 대한제국의 정당한 계승자이자 후계자로서... 아니,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국의 기업을 사랑하는 마음이 애플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앞서는 것이 당연합니다. 내심 은근히 MP3P 시장에서 아이리버의 선전을 바래마지 않았죠.
하지만 이번의 삼일절 광고를 보고는 어처구니를 상실한 멧돌에 뒤통수를 두들겨 맞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벤쳐의 미덕은 돼지뱃살보다 두툼한 베짱과 하늘을 찌를듯한 패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애플을 사랑하죠. 80년대 초반에 '빅 블루' IBM이 PC 시장 참가를 선언하자, 애플은 거액을 들여 "정말 우라지게 환영해요"라는 신문광고를 싣는 호기를 부렸습니다(이런 미친 놈들!). 그 이후로 애플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나날을 보냈죠. 매년 한번씩 '애플이 망할 거에요'라는 루머에 시달렸지만 망하긴커녕 오늘날까지도 건재하기 그지없습니다. 도리어 IBM이 먼저 PC 사업을 포기하고 중국에 팔아치웠죠?
불행히도 아이리버의 삼일절 광고에선 그런 패기나 배짱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피튀기는 처절한 전쟁을 선언하는 듯 하면서 뒤로는 은근히 소비자들의 값싼 동정을 갈구하고 있을 따름이었죠.
여유도, 베짱도, 패기도 읽혀지지 않는다. 그것이 광고를 본 뒤의 솔직한 감상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별로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아이리버가 MP3P 전쟁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셋 중 하나라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